‘돌아온 힙합의 음유시인.’ MC스나이퍼가 한층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6집 ‘풀타임’으로 3년의 공백을 기다려준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사진제공|스나이퍼사운드
MC스나이퍼(김정유·34)는 ‘한국 힙합의 음유시인’이라고 불린다.
부드러운 사운드와 서정적인 은유,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날카로운 세태 비판과 사회를 향한 통렬한 메시지. 발표하는 음악마다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하는데서 비롯된 표현이다.
6집 ‘풀타임’은 MC스나이퍼가 2009년 11월 5집 ‘뮤지엄’ 이후 3년 공백 끝에 발표한 새 앨범이다. 이번에도 역시 노래에 한층 강렬해진 메시지를 담았다.
청소년들의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낙태 문제(‘데이빗’), 어른들의 비뚤어진 성문화(‘논현 랩소디’), 성공지상주의(‘거울자아’), 불편한 노사관계(‘잡 코리아’)에 일갈하고, 기초생활수급 청소년의 힘겨운 삶(‘피아노’)과 이른바 ‘도가니 사건’을 다루기도(‘불량품’) 한다.
이처럼 선명한 메시지들은 ‘저항의 음악’으로 불리는 록을 만나 더 힘을 얻는다. 이전까지 풍성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즐겨 사용했던 MC스나이퍼는 이번엔 대다수 트랙에 강렬한 기타 연주를 입혔다.
특히 ‘데이빗’ ‘푸시 잇’ ‘나는 다시 일어서며’에서는 강한 금속성이 느껴지며, 박완규와 리아 등 포효하는 창법의 로커를 ‘난 늘 여자와의 이별보다 남자와의 이별이 더 아팠다’와 ‘피아노’에 각각 피처링 가수로 기용했다.
● 마니아들 비난받은 ‘말랑말랑’했던 전작…“그땐 그런 음악 하고 싶었을 뿐”
MC스나이퍼는 노래로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 것 같았다. 이번에는 80분짜리 CD 1장에 무려 20 트랙, 78분의 음악을 담았다.
통상 CD에는 각 트랙 사이에 수용자가 노래를 구별할 수 있는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고, 또 수용 한도에 가깝게 담을 경우 제작상 오류가 생길 수 있어 마스터링 과정에서 보통 73분 정도의 녹음 분량만 담는다.
MC스나이퍼는 이름부터 ‘저격수’를 뜻하는 ‘스나이퍼’이고, 데뷔곡 역시 집회와 시위현장에서 즐겨 부르는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리메이크곡일 정도로 태생부터 ‘저항’에 큰 가치를 뒀다. 그래서 그가 전작인 5집에서 ‘말랑말랑한’ 힙합 음악을 선보였을 때는 한때 마니아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땐 그런 음악을 하고 싶었다. 부모님도 들을 수 있는 음악 말이다. 1집 때부터 환락가, 원조교제 이야기 등 강한 메시지를 담았더니 부모님이 놀라셨다. 그러나 이번엔 다시 MC스나이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사회성 있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MC스나이퍼는 많은 이야기를 담기 위해 틈틈이 여행을 다녔다. 제주와 거제, 울릉도, 선유도 등 섬을 다니며 감성을 흡수했다. 경남 거제에선 2주간 민박집 방안에 틀어박혀 곡을 쓰는 바람에 집주인이 자살시도로 오해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렇게 60곡을 완성했고, 20곡을 추려 이번 앨범에 담았다.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한결 날렵해진 MC스나이퍼는 하반기에는 발라드 가수들과 함께 사랑노래를 담은 앨범을 만들 계획이다. 또한 5년 전부터 준비해온 남자 아이돌 그룹도 하루빨리 데뷔시켜 해외시장도 노려보겠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