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돌아온 배치기는 랩 속에 이 시대 젊은이들이 겪는 자격지심과 피해의식을 절절한 언어로 담아 그들만의 음악으로 풀어냈다. 사진제공|YMC 엔터테인먼트
‘반갑습니다’ ‘마이동풍’ 등으로 사랑받았던 힙합듀오 배치기(무웅·탁)가 12일 미니앨범 ‘두 마리’를 내고 4년 만에 돌아온다. 군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마감하고 발표한 이번 미니앨범 ‘두 마리’에는 동명 타이틀곡과 ‘콩깍지’ ‘아는 남자’ ‘잘 부탁해’ 등 5곡이 담겼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의 음악”을 담았다. 평소 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인생을 ‘위트 있게’ 비하해 온 배치기는 “그 동안 사회에서, 삶 속에서, 사랑 때문에 느껴왔던” 어둡고 아픈 피해의식을 자신들만의 해학과 풍자로 승화시켜 음악으로 풀어냈다.
‘88만원 세대’의 아픈 현실을 꼬집는 타이틀곡 ‘두 마리’에서 배치기는 “우리는 언제쯤이면 사람답게 살아볼까”하는 푸념 속에 자신들을 ‘동물’로 낮추고 있다.
“괜한 피해의식, 자격지심은 우리의 천성인 것 같다. 사람들은 이런 걸 ‘찌질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음악 만드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된다. 지금 생활은 예전에 비해 더 좋아졌는데, 피해의식은 여전하다. 하하.”
하지만 배치기가 노래하는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이 시대의 한 청년으로서 느끼는 ‘현실’을 노래했기에 또래의 많은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배치기는 “솔직한 음악을 하고 싶어 우리의 부족함 마저 숨김없이 음반에 담았다”는 나름의 자신감을 밝힐 수 있었다. “지난 앨범들은 후회와 아쉬움뿐이었던 것 같다. 그 쌓인 아쉬움들을 이번 음반에 다 풀어내서 자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어두운 내용을 흥겨운 비트와 멜로디로 표현하는데 능한 배치기는 이번에는 피처링 가수를 ‘아는 남자’ 하나만 활용한다. 유명 여성에게 피처링을 맡기는 대다수 힙합그룹의 흔한 방식을 따르기 싫었기 때문이다.
반면 그동안 음악 소재로 잘 사용하지 않던 사랑 이야기를 한 곡(‘잘 부탁해’) 담았다. 현재 동갑내기 회사원과 3년째 교제 중인 무웅(정무웅·29)이나, 5년 교제한 여자친구와 작년 12월 헤어진 탁(이기철·29)이나 ‘사랑’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게 해주는 삶의 에너지이다.
배치기처럼 국내 힙합듀오는 대중적 멜로디로 신나는 힙합을 추구하는 팀이 많다. 다이나믹듀오, 마이티마우스, 언터쳐블, 슈프림팀이 그렇다.
배치기는 “힙합은 어떻게 메시지를 풀어 나가느냐 관건이다. 팀마다 서로 그 메시지의 차이가 있다”면서 “다들 색깔이 달라 누구와 경쟁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1, 2집이 잘 될 때 우리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꽤 많은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 우리 성격상 스스로 사람들을 피한 것도 있지만, 아는 연예인 친구도 별로 없다. 이번엔 열심히 활동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