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리그 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선기. 애리조나|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비록 빅리그는 아니지만 최지만과 김선기도 시애틀 소속이다. 두 선수 모두 좋은 신체조건과 재능을 갖고 있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중 투수인 김선기는 세광고 재학 시절부터 주목 받던 유망주였다. 고교시절부터 당당한 체격(188cm/90kg)과 140대 중반의 빠른 직구를 자랑했다.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이 유력했던 김선기는 2010년 미국 진출을 선택했다. 입단 첫 시즌 14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4.90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시즌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9경기에 등판했지만 2승 4패 4.53으로 부진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여전히 시애틀은 김선기에게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김선기를 영입한 시애틀 매리너스 아시아담당 스카우트 제이미 스토벅스는 “김선기는 나이(20세)도 어리고 매우 성실한 선수다. 특히 유연한 투구 폼 때문에 잔 부상이 없는 점이 매력이다. 팀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진출 3년째를 맞고 있는 김선기를 미국현지에서 만났다.
“반드시 3년 안에 빅리그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포부를 밝힌 그의 자신감 넘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음은 김선기와의 일문일답>
-야구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 유치원에 다니기도 전인 어릴 적부터 아버지와 함께 캐치볼을 할 정도로 야구를 좋아했다. 석교초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럼 아버지한테 처음 야구를 배운 것인가.
: 그렇다. 아버지께서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생활을 하셨다. 그래서 나와 형중 한 명은 야구선수로 키우려는 계획이 있으셨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지금까지 부상이 없다. 몸 관리를 잘 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 아무래도 유연한 투구 폼 때문인 것 같다. 코치들도 내 폼을 보고 그런 말을 자주 한다. 부상 때문에 아쉽게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를 많이 봤다. 그래서 평소에 부상당하지 않기 위해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빅리그 진입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선기. 애리조나|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
-미국진출 첫 해인 2010년에 루키리그에서 6승 2패로 호투했다. 하지만 싱글A로 상승한 작년에는 2승 4패로 주춤했다. 싱글 A와의 격차 때문인가.
: 아니다. 싱글 A에서도 충분히 잘 던질 자신이 있다. 다만 미국선수들과 캐치볼을 하면서 그들을 배려하다 투구밸런스를 잃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고교시절 던졌던 구종이 직구, 커브, 슬라이더 뿐이다. 단조로운 편인데 새로 장착한 변화구가 있나.
: 현재 서클체인지업을 익히고 있다. 80% 정도 완성됐다. 투심도 연습 중이다. 시즌 중반부터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교시절 145km의 빠른 공을 뿌렸다. 프로가 된 지금 구속은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가.
: 고2때 이미 145km를 던졌다. 그러다 미국에 처음 와서 150km를 던졌고 지금도 그 정도 구속은 나오는데 날씨가 더워지면 153~155km까지 오를 것이다.
-누구든지 시간이 지나면 초심을 잃게 마련이다. 미국진출 당시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 아직도 변함없는가.
: 그렇다. 미국진출 첫 시즌을 마치고 한국에 갔더니 사람들이 ‘성공도 못했는데 왜 왔냐’고 놀렸다. (웃으며) 비자갱신문제 때문에 시즌이 끝나면 한국에 갈 수밖에 없다. 이해해달라.
-닮고 싶거나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 시애틀 매리너스 투수 에라스모 라미레즈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덩치는 작은데 자신감이나 배짱이 매우 좋다. 같은 투수로서 그의 성격을 닮고 싶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 좋은 투수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10승과 더불어 많은 이닝을 소화해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만약 본인이 등판하는 경기에 여자 연예인 시구자를 직접 고를 수 있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 (웃으며) 아이유가 왔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고 즐겨 듣는다.
-야구 외에 잘하는 특기나 취미는 무엇인가.
: 모든 스포츠를 다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다. 자랑 같지만 고등학교 때 축구를 아주 잘했다. 취미로는 음악을 즐기는 편이다.
-운동선수답지 않게 차분하고 조용하다. 평소 본인의 성격은 어떤 편인가.
: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다.
-마운드 위에서도 비슷한 성격인가.
: 그런 것 같다. 위기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계약서에 사인했을 당시에 생각했던 메이저리그와 본인이 미국에 와서 직접 본 메이저리그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한국에 있을 때는 메이저리그를 매우 어렵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와서 경험해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언제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 부상만 없다면 3년 안에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자신 있다.
-문화, 언어, 음식 등 외국생활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야구선수로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 아무래도 언어문제 때문에 동료선수들과의 소통부재가 아쉽다. 다른 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운동 후 여가시간에는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 주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고 시간이 나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거나 책을 읽는다.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 생각만 해도 깜깜하다. 내가 뭘 했을까? (잠시 생각하다) 아마 동급생들처럼 평범한 학생으로 지내고 있을 것 같다.
-동기 중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있나.
: 동기(세광고)가 14명 정도되는데 아쉽게도 다들 야구를 접었다. 같은 나이또래의 선수로는 안승민(한화) 문성현(넥센) 등이 있다. 1군에서 뛰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이왕 미국에 왔으니 여기에서 성공하고 싶다.
-투수로서 본인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 장점이라면 도망가지 않고 정면승부를 즐기는 것이다. 약점이라면 제구력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투수가 되기 위해 반드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 메이저리그 투수가 되려면 제구력과 레퍼토리 다양화를 이뤄내야 할 것 같다.
-미국에 진출한 걸 후회한 적이 있는가.
: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다만, 영어가 짧아 의사소통이 잘 안될 때 답답하다.
-그렇다면 미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적은 있는가.
: 매우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고 다양한 코치의 가르침을 접할 수 있을 때 미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애틀에 오면서 많은 계약금(43만 달러)을 받았다. 그 돈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 계약금 대부분은 가족의 집(아파트)을 구입하는데 사용했고 일부 나머지 돈은 부모님이 관리하신다.
-마지막으로 김선기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 팬들의 성원에 감사 드리며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 멋지게 공을 던지겠다. 꼭 이뤄낼 테니 지켜봐 달라!
애리조나 |동아닷컴 이상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