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리분희(왼쪽)와 현정화. 스포츠동아DB
리분희 “반지선물 사양…마음만 받겠다”
영화 ‘코리아’의 실제 주역 현정화 감독의 선물은 끝내 북한 리분희 선수의 손에 건네지지 못했다. 대신 서로 마음으로 교감하며 후일을 기약했다. 현정화 감독(한국마사회)의 선물을 정중히 사양한 리분희 현 조선장애인체육협회 서기장은 “나도 정말 만나고 싶다”고 짧게 말할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리분희 서기장은 8일 오후 재외 민간단체인 푸른나무를 통해 현 감독이 마련한 ‘정화와 분희’라는 글귀가 새겨진 반지와 “반드시 만나러 가겠다”는 자필 편지를 받았다. 하지만 “마음만 받겠다”며 선물은 끝내 사양했다.
현 감독이 준비한 선물을 들고 7일 오후 베이징으로 출국한 ‘코리아’의 제작사 더타워픽쳐스 이수남 대표는 8일 오후 “푸른나무를 통해 선물과 편지를 전했지만 ‘정화의 마음은 이미 잘 알고 있다. 마음만 받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리 서기장의 말을 인용해 “‘나도 정화가 많이 보고 싶다’고 말한 뒤 더 이상 아무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 감독이 반지를 마련한 것은 21년 전 추억 때문. 영화 ‘코리아’의 실제 무대인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단일팀으로 나선 당시 현 감독은 대회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날 밤 경기 내내 끼었던 반지를 ‘언니’ 리분희 서기장에게 건넸다.
현 감독은 8일 오후 스포츠동아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만남이 불발되니 더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며 “8월 런던 올림픽이나 내년 6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안 탁구선수권대회에 리분희 선수를 초청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영화 ‘코리아’ 개봉을 앞두고 현 감독은 리분희 선수와의 만남을 추진해왔고 7일 이수남 대표와 베이징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당국의 만류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