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ML급 핵잠 보러가자”…목동 동났다

입력 2012-05-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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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임에도 목동구장은 매진이었다. 삼성은 1∼5번 타순에 모두 좌타자를 배치했다.모두가 한때 세계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였던 김병현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넥센 김병현이 18일 목동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목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넥센 김병현, 첫 선발 출격하던 날


평일경기 불구 매진…‘티켓파워’ 증명
삼성 1∼5번 전원 좌타 파격타순 대응
이승엽과 첫대결 ‘3루타·삼진’ 무승부


‘핵잠수함’ 김병현(33·넥센)이 마침내 국내무대 첫 선발출항의 새 역사를 썼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그가 18일 목동 삼성전에 선발 등판하면서 야구계의 관심은 온통 목동으로 쏠렸다.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이날 경기는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했고, 평일임에도 목동구장은 만원관중을 기록했다.


○박찬호 이어 BK도 티켓파워 입증

넥센 김시진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아무래도 김병현의 첫 선발 등판은 홈구장이 나을 거라 생각했다. 주초는 사직 원정이었고, 다음주초는 또 잠실 원정경기”라며 이날 등판이 홈팬들을 위한 팬 서비스 차원의 결정이었음을 밝혔다. 실제로 목동구장은 경기 4시간 전부터 표를 사려는 팬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하더니 평일 경기임에도 오후 8시5분 1만2500석이 매진됐다. 올 시즌 목동구장 5번째 매진. 전날 박찬호가 선발 등판한 잠실(2만7000석)에 이어 김병현이 선발 출격한 목동까지 매진을 이어가면서 해외 복귀파들의 티켓 파워를 증명했다.


○삼성, 좌타자 파격라인업으로 대응

삼성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넥센 덕아웃으로 김시진 감독을 찾아와 인사를 하면서 “김병현이 나온다길래 오더 좀 심하게 짰습니다”라며 웃었다. 김 감독은 “1회 끝나고 피처 확 바꿔버려?”라며 농담으로 응수했다. 실제로 삼성은 1번부터 5번까지(박한이∼정형식∼이승엽∼최형우∼채태인) 좌타자를 줄줄이 배치하는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특히 박한이는 1년 만에 1번타자로 등장했고, 최근 4번으로 나섰던 박석민은 최형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6번으로 내려앉았다. 또 이날 경기 전 타격훈련 때는 잠수함 20승 투수 출신의 김현욱 트레이닝코치가 배팅볼 투수로 나서 눈길을 모았다. 김 코치는 “국내에 잠수함 선발투수가 SK 이영욱 한명뿐이었는데 이젠 김병현 등판 때도 내가 나서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수고했다, 병현아.’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웃카운트 단 한개. 그러나 마운드에 올라간 넥센 김시진 감독(오른쪽)은 김병현이 잡았던 공을 넘겨받았다. 투구수에 발목을 잡힌 김병현은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목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BK와 이승엽의 역사적 맞대결

김병현은 4-2로 앞선 5회 2사 2루서 교체됐다. 경기 전 설정한 한계투구수(최대 95개)로 인해 승리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다음투수 김상수가 적시타를 맞아 김병현의 국내 무대 첫 선발 등판 기록은 4.2이닝 6안타 2볼넷 6탈삼진 3실점. 최고 구속은 147km였다. 가장 관심을 모은 해외 복귀파 이승엽과의 맞대결에선 첫 타석 3루타, 2번째 타석 사구, 3번째 타석 삼진으로 장군멍군을 불렀다. 이날 허용한 총 6안타 중 5안타를 좌타자에게 내줬다.

김병현은 첫 선발 등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진 게 사실이지만, 향후 컨트롤 향상을 통한 투구수 조절과 좌타자 상대의 숙제를 동시에 떠안았다.


“승엽형 확실히 잘 치더라고요”


○넥센 김병현=(오랜만에 등판해) 기분은 좋았고요. 쉽게 갈 수 있었는데 어렵게 간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교체 직전 김시진 감독께서) ‘팀이 1승하기 위해서 길게 보자’고 하셔서 ‘알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팀이 이겼으니 그걸로 만족하겠습니다. 1회부터 직구를 많이 던졌고요. 직구에 자신이 있어서요. 그런데 2회, 3회 넘어가니까 힘에 부치더라고요. 다음 등판 때는 변화구 많이 쓰고 강약 조절하면 96개 더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관중들 환호에 기분이 좋았죠. ‘아, 잘 던져야겠구나’, 싶었어요. (월드시리즈와 오늘 중 언제가 더 떨렸냐는 질문에) 오늘이 더 떨릴 것 같아요. 이승엽 형은 확실히 잘 치더라고요. (호수비로 도움을 준 정수성에게는) 너 때문에 살았다고 했어요.

목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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