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많은 과학적 지식들이 있다. 그러나 그 지식들이 완성된 것인지는 미지수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아직 완벽하지 않은 사실들을 공식처럼 떠안고 살아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괴테는 “ 인간은 결코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고 얘기한 바 있다. 괴테의 말처럼 과학적 결과물은 끊임없는 오류의 산물이다. 과학자들은 쉴새 없이 오류를 범하고, 그 과정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새로운 결과물을 창출해 내기도 했다. (당사자들에게는 고된 작업이었겠지만) 이래서 과학이 우리에게는 더욱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만약에 과학이 어설픈 시도 한 번으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학문이었다면 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흥미는 감소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페터 크뢰닝은 이 책의 내용을 두 가지 방법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로, 이 책은 절대적으로 완벽한 과학자들의 이야기 대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편, 저자는 과학적으로 옳은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도 자세히 알아 보면 맹점이 있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보면, 역시 괴테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우연히 일어난 일들도 과학의 일부분이란 말은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명제이다. 과학에 대한 극단적인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이 책에는 20가지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과학자들이 연구에 열중하는 모습부터, 왜 그러한 난제에 몰두하게 되었는지를 우리는 이 책으로부터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이전에는 몰랐던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볼 수 있다. 지금부터 이 책에 실린 몇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천지창조의 결정적 증거물?
1720년대에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자연사 교수로 있었던 베링거 교수는 과거의 흔적을 추적하여 생명체의 근원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틈만 나면 채석장을 뒤지곤 했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것은 몇 개의 화석 뿐이었다. 결국 그는 학생들을 동원해서 채석장에서 본격적인 발굴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베링거 교수의 짐작이 맞아떨어지는 듯한 일이 발생했다. 학생 중 하나가 막 교미를 하려는 순간 화석이 된 개구리 한 쌍을 찾아낸 것이다. 베링거 교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석회암에 그 모양이 새겨진 후, 그 모양을 본떠서 자연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이 사실들을 정리해 책을 발간했고 책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그에게 암흑기가 찾아왔다. 그가 채석장에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화석을 발견한 것. 그는 의혹을 품기 시작했고, 곧 학생들이 화석을 조작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의 연구는 이렇게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의 이름을 알리는 데에 한몫 한 셈이다.
인류 진보의 첫걸음? 글쎄…
데카르트는 동물을 단순한 생물학적 기계로 생각했으며 동물이 지닌 기능이 기계적 시스템일 뿐이라고 간주했다. 동물의 고통을 단순한 반사작용으로 여겼던 것이다. 반대로, 볼테르는 동물들의 행동양식을 예로 들어, 동물에게도 감정과 지식이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의 기록에 따르면, 날마다 30만 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실험실에서 죽었다(물론 더 많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생체실험은 과학자가 만족할 만큼의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된다. 그러나 생체실험의 결과가 인간에게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동물에게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물질이 정작 인간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고슴도치는 청산을 많이 먹어도 소화할 수 있으나 사람에게는 청산이 독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은 인간에게 유용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모든 동물생체실험은 통계적으로나 학문적 관점에서 보나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하다. 동물생체실험은 인간의 이기심으로부터 비롯된 오해와 잘못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오랜 연구 끝의 결과, 결실을 맺다
제 1차 세계대전 시, 신참 의사인 플레밍 박사는 환자가 간상균으로 인해 죽게 되자 크게 상심한다. 그래서 그는 병원 지하실에 임시로 실험실을 만들어 병원체의 정체를 발견하는 연구를 시작한다. 그는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몸의 일부를 절단하는 등의 일을 하지 않고서)병원균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플레밍은 사람의 혈청과 소량의 오물을 시험관 안에서 혼합해 보기도 하고 배양한 세균에 직접 준비한 식물즙들을 하나씩 부어보기도 했으나 별다른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여기서 실망하고 곧바로 그만두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결실은 없었을 것이다. 1918년 전쟁이 끝난 후 플레밍은 세인트마리 병원의 라이트 박사와 함께 다시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던 중 그는 포도상구균 배양접시에서 푸르스름한 곰팡이를 발견하게 된다. 이 물질의 둘레로는 포도상구균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것이 포도상구균을 죽이는 물질이라는 것을 알게 된 플레밍은 쉬지 않고 그것을 관찰했으며 결과를 꼼꼼히 수집했다. 그러나 메디컬 리서치 클럽에서의 그의 발표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플레밍은 우선 이 물질을 ‘페니실린’이라고 이름 짓는다. 플레밍은 푸른곰팡이액을 가열해서 흔들어주고 정제시키는 작업을 계속해나갔다.
1936년 에른스트 체인은 플레밍의 저서를 발견하고 연구 끝에 순수한 페니실린을 추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마침 플레밍이 체인에 대한 기사를 읽었고, 그를 계기로 둘은 페니실린을 모으는 일에 열중했다. 그러나 페니실린의 대량생산이 문제였다. 그러던 중 메리 헌트라는 박사가 썩은 멜론에서 푸른곰팡이를 발견하고 이 곰팡이가 물 속에 잠긴 채로도 번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새로 발견된 곰팡이 덕분에 페니실린은 대량으로 생산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한 가지 분야뿐만이 아니라 지구과학, 생명과학, 심지어는 우주와 관련된 것들까지 다루고 있다. 그것은 저자가 과학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보지 않고, 다방면에서 볼 줄 아는 시선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과학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과학의 진정한 묘미는 그 과정을 살펴보는 데에 있다. 어떻게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드러난 실패와 좌절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어떤지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물론 재미있기까지 하다. 과학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남들이 이미 내놓은 결과만을 중시하기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직접 접근하되, 실패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비록 자신이 과학자가 되어 중대한 결과를 발표할 필요가 없을 지라도 말이다.
저자: 페터 크뢰닝, 옮긴이: 이동준, 출판사: 이마고, 가격: 20,000원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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