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용찬은 지난 주 팀의 4승 중 2승을 책임지며 방어율 1위로 올라섰다. 첫 풀타임 선발 시즌에 맹활약하고 있는 그는 “마무리 할 때 몰랐던 부분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닝 빨리 끝낼때면 더 화끈한 공격
인터벌 끌면 끌수록 야수들도 지쳐
강속구 삼진쇼 보다 이닝이터 염두
두산 이용찬(24)이 확실한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했다. 9경기에 등판해 퀄리티스타트만 7차례. 3일 대구 삼성전에선 8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5승을 수확했고, 방어율 2.20으로 이 부문 1위로 도약했다. 시즌 첫 풀타임 선발임에도 매 경기 기복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본인 스스로도 선발을 하며 깨닫는 점이 많다. 그는 “마무리 할 때는 몰랐던 부분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들의 마음, 이제 알겠다!
모든 포지션이 그렇지만 선발투수는 특히 동료들의 신뢰가 절대적이다. 1이닝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마무리와 달리, 9이닝 동안 27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울 수 없다면 선발은 반드시 야수와 불펜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4월 18일 잠실 삼성전 때였다. 승리요건을 채운 뒤 마운드를 내려온 이용찬은 팀이 4-3, 1점차로 아슬아슬하게 이기자 포효했다. 다음날 “내가 왜 그랬지?”라며 멋쩍어할 정도로 평소답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내가 마무리 할 때 선배들이 이랬겠구나 싶더라. 이제 그 마음을 알겠다”며 웃었다.
야수들의 고충도 몸소 느끼고 있다. 그는 “내가 원래 공 한 개를 던지면 모자 만지고 로진 묻히는 잔 동작이 많다”며 “그런데 선발이 마운드 위에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야수들이 많이 지치더라. 언젠가 공 8개로 1이닝을 마쳤더니 다음 공격 때 야수들이 바로 점수를 뽑아줬다. 그때 느낀 게 많다. 지금 가능한 인터벌을 짧게 가져가려고 하고, 투구 전후 동작도 최대한 빨리 하려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생각하는 플레이+마음을 비우는 법을 터득했다!
이용찬은 시속 150km대의 빠른 볼로 상대를 제압하는 마무리 투구 스타일을 좋아했다. 그러나 보직이 선발로 바뀐 뒤 구속 대신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지난해도 선발 등판하면 힘이 많이 드는 포심패스트볼 대신 투심패스트볼을 주로 사용한 바 있다. 올해는 피칭이 더 영리해졌다. 예를 들어 3일 대구 삼성전에서 상대 타자의 노림수를 피하기 위해 주무기인 포크볼 대신 커브를 선택하는 식이다. 커브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직구 비율도 높였다.
단순히 기술뿐만이 아니다. 마음을 비우는 법도 배워가고 있다. 잘 던지면 이기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는 “어차피 이기고 싶다고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운드 올라가면 퀄리티스타트만 하고 내려오자는 마음뿐”이라며 “구속도 지금보다 힘껏 던지면 더 나올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층 성숙해진 마인드가 이용찬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비결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