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뇌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 제프 호킨스, '생각하는 뇌, 생각하는 기계'

입력 2012-06-08 16: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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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체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외형적으로 눈에 보이는 몸의 구조에 대해서는 물론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다리는 얼마나 긴지 등 자신의 생김새를 묘사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자신의 ‘뇌’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모든 신체가 기능하는 것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뇌라는 것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사실, 인간의 뇌는 복잡하다. 전문가를 통틀어 우리가 알고 있는 뇌에 대한 지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 책의 저자 ‘제프 호킨스’는 실리콘벨리에서도 권위 있는 컴퓨터 설계자이자 사업가이다. 그런 그가 뇌 신경학자마냥 뇌를 연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는 뇌의 성질과 뇌가 기능하는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지적’ 기계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언뜻 들으면 조금은 기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IT가 한창 발달하고 있는 지금, 가능할 수도 있는 얘기다. 이미 인공지능을 가진 기기들도 많지 않은가. 거기서 조금 더 발전하면 진짜 지성을 가진 기계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아가 인간의 뇌를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인간을 만드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뇌의 바깥 표면은 분홍빛이 맴도는 회색이다. 아마 만지면 부드럽고 흐늘흐늘할 법하다. 이것을 우리는 ‘신피질’이라고 부른다. 다르게 말하면 얇은 막(신경 조직으로 이루어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언어, 상상, 수학, 미술, 음악 등 우리가 지능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신피질에서 이루어진다. 신피질은 신경 세포(뉴런)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외에도 뇌의 부분들은 많지만 신피질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얼핏 생각하기에도 뇌의 세계는 우리가 지금까지 접하고 있던 세계와는 다르다. 생각할수록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나 저자는 ‘진짜’ 뇌를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저자가 바라는 것은 인간의 지능을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이 된다는 것과 지능을 갖춘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그러나 ‘진짜 지성을 가진 기계를 만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

뇌는 습관적으로 ‘예측’한다

인간의 뇌는 ‘예측’ 할 수 있다. 예측이라는 것은 뉴런들이 실제로 감각 압력을 받기에 앞서 미리 활성을 띤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다음 곡조를 예상하거나 노래가 어떤 음으로 끝날 지 대충 아는 것도 예측의 일환이다. 지능은 바로 언어, 수학, 대상의 물리적 특성 등 세계의 패턴을 이해, 기억하고 예측하는 능력으로 측정된다(전적으로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여기서 이해하거나 지적이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를 지적으로 만드는 것이 행동일 수도 있다는 의문이 생긴다. 사실, 예측과 행동은 완전히 별개의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신피질은 동물들이 정교한 행동을 진화시킨 뒤에 진화 경관이 나타났다. 따라서 행동이 먼저 있었고, 지능이 그 다음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우리가 어떤 것을 감지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즉, 행동과 예측의 관련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퍼즐의 원리, 인간의 뇌에 적용하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알려면 마치 조각 그림 퍼즐을 맞추듯이 연구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상향식 접근 방법이다. 각 조각의 특징을 살펴보고 들어 맞는 다른 퍼즐 조각들을 찾는 식이며 전체의 그림을 알지 못하는 경우다. 나머지 하나는 하향식 접근 방법인데, 완성된 퍼즐이 어떤 그림인지 미리 알고 시작하여 어느 조각을 찾아내서 맞출 지 판단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뇌가 작동하는 법을 알기 위해 번거롭게도 상향식 접근 방법을 택해야만 했다. 여기서 퍼즐 조각들은 오랜 시간 동안 수집해 온 생물학적, 행동학적 자료들을 말한다. 그러나 이 자료들은 연구 방법이나 견해에 따라 차이가 나므로 하향식 기본 틀이 필요하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신피질은 왜 계층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피질이 세계의 모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비로소 세계에 관해 생각할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피질에 깃들인 구조는 실제 세계가 깃들인 구조를 비춘 거울의 상과 같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파악해 보자. 저자는 ‘글’을 예로 들어 이것을 설명한다. 글자들은 결합되어 음절을 이루고, 음절은 결합되어 단어를 이룬다. 단어는 구절과 문장을 이루며 결합한다. 이런 식으로 세계의 모든 대상들은 일관성 있게 결합되는 소대상들로 이루어진다.

세상의 대상들은 작은 대상들의 모임과 같다. 같은 방식으로, 만물에 대한 기억과 뇌가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은 피질의 계층 구조에 저장되어 있다. 저자에 말에 따르면, 우리는 한 순간에 극히 일부분만을 인식할 수 있으므로 뇌로 흘러 드는 정보는 패턴의 서열 형태로 들어오게 된다.

지적 기계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기대

지적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지적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답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것은 인간처럼 행동하거나 인간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계는 아니다. 스마트 자동차, 알아서 움직이는 진공청소기 등 용도가 한정된 기계들을 만들 뿐이며 결코 ‘인간성’을 지닌 개체들을 만들고자 함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적 기계는 무슨 일을 하게 될까. 저자는 우리가 지적 기계의 궁극적인 용도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개인용 PC에 문자를 입력하려고 시도를 해 봤자 주변 소음에 의해서 화면에 실제 음성과는 상관 없는 문자가 뜨곤 한다. 이러한 응용 소프트웨어들은 기계가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컴퓨터는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가 없다. 그 말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받아들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인간 뇌의 피질은 음성 이해가 가능하다. 앞서 말한 계층적 기억으로 인해 강세, 단어, 구절, 개념을 깨달을 것이며 그것을 통해 전체적인 말의 흐름이 무엇인지 얼마든지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사진기를 들 수 있다. 사진기는 렌즈를 이용해서 시각적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사진에 대해서 상세히 묘사할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지적 기계의 능력을 한 편으로는 믿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여기서 저자는 지적 기계가 쓰일 만한 용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지적 기계를 만드는 기술에서 잘 발달할 측면들을 살펴 보는 작업에 오히려 관심이 많다. 지적 기계 중에서도 더 싸지고, 빨라지고, 작아지는 부분들을 그는 우리가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뇌의 신피질을 연구하면 지능에 대한 대부분의 지식을 파헤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뇌와 신피질의 계층 구조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한편, 뒷장에서는 지적 기계의 미래와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지적 기계는 인간의 미래를 책임져 주지는 못한다. 물론 우리는 이미 반쯤은 지적 기계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것은 ‘인공 지능’의 우수함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인간의 뇌에 대한 고찰을 토대로 인간의 생활을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바꿀 수 있는 지적 기계와 그로 인한 미래에 대한 작은 욕심을 책에 써내려 간 것이다.

저자: 제프 호킨스, 샌드라 블레이크슬리, 출판사: 멘토르, 가격: 23,000원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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