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12] 황혼의 셰브첸코 클래스를 증명하다

입력 2012-06-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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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무대 주름잡던 ‘우크라이나 특급’
D조 스웨덴전 마법같은 동점·결승골
36세 전설, 약체 조국에 유로 첫승 선물


우크라이나의 ‘축구 영웅’ 안드리 셰브첸코(36·디나모 키예프)가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우크라이나는 12일(한국시간) 키예프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2012 D조 예선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두 골을 넣은 셰브첸코의 활약에 힘입어 2-1로 역전승했다.

셰브첸코는 전성기 때 보여준 폭발적 스피드나 강력한 슈팅을 보여주진 못했다. 어느덧 30 대 중반에 들어선 나이다. 그러나 주장 완장이 말해주듯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독려하며 ‘하나의 우크라이나’를 만들어냈다.

셰브첸코의 진가는 팀이 0-1로 뒤진 상황에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는 스웨덴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AC밀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과거 AC밀란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셰브첸코의 집중력이 발동했다. 셰브첸코는 선제골을 허용한 지 3분만인 후반 10분 안드리 야르몰첸코(디나모 키예프)가 올려준 크로스를 슬라이딩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만들었다. 후반 17분에는 예브헨 코노플리안카(드니프로)의 크로스를 상대 수비 앞으로 뛰어 들어가며 극적인 헤딩 결승골을 뽑았다. 두 골 모두 상대 수비보다 한 발 먼저 움직이며 수비 수 앞을 끊어 들어간 천부적인 감각으로 만든 득점이었다. 셰브첸코는 81분간 활약하며 교체 아웃됐고, 우크라이나 관중들은 기립 박수로 보답했다.

셰브첸코는 AC밀란(이탈리아) 유니폼을 입고 2차례 세리에A 득점왕과 2004년 발롱도르까지 석권하며 정상에 섰지만, 유독 국제대회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약한 우크라이나의 전력이 그의 국제무대 데뷔를 좌절시켰다. 2002한일월드컵 유럽지역예선에서는 12경기에서 10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독일의 벽을 넘지 못하고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비운의 스타’라는 수식이 따라붙는다.

셰브첸코는 어느덧 선수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시점이 됐다. 국제대회 마지막 출전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개최국 자격으로 첫 출전한 조국 우크라이나에 유로 대회 첫 승리를 선사하며 조1위에 올려놓았다. 프랑스와 잉글랜드 경기 결과에 따라 8강 진출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를 뗀다는 생각이다.

셰브첸코는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홈에서 열린 유로2012 개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등 환상적인 일을 해냈다”고 밝혔다. 이어 “매 경기 결승과 같은 자세로 임할 것이다. 다음 경기(프랑스)도 오늘과 같이 승리하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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