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성의 레바논전 Q&A]섀도 스트라이커 이근호, 왼쪽돌파·크로스 빛났다

경기 종료 직전 한국의 3번째 골을 성공시킨 구자철(오른쪽)이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하고 있다.  고양｜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김보경, 첫골은 임팩트, 두번째 골 침착함 돋보여
이정수·곽태휘·오범석 등 수비라인 실험은 숙제

레바논은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최강희호가 쾌조의 2연승으로 브라질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 젖혔다.

한국은 12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레바논과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이 2골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1골을 터뜨렸다. 김보경은 전반 30분 왼쪽에서 올라온 이근호의 크로스를 논스톱 왼발 슛으로 연결해 그물을 갈랐다. 이어 후반 2분에도 염기훈의 스루 패스를 받아 30m 단독드리블을 한 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왼발로 밀어 넣었다. 구자철은 후반 44분 쐐기골을 뽑았다. 한국은 작년 11월 레바논 원정에서 1-2로 패하며 조광래 전 감독 경질의 빌미를 제공했던 이른바 ‘베이루트 쇼크’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인 정해성 전남 드래곤즈 감독의 눈을 통해 레바논 전을 분석해 본다.


Q : 카타르와의 1차전과 비교해 일부 베스트11에 변화가 있었다. 특히 이동국-이근호 투 톱이 눈에 띄는데.


A : 이동국-이근호 투 톱은 횡이 아닌 종으로 포진했다. 이동국이 최전방에 서고 이근호가 그 아래서 특별히 정해진 위치 없이 활동 폭을 넓게 가져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근호는 섀도 스트라이커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이근호가 카타르와 1차전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는데 오늘도 제 역할을 충분히 잘 해줬다. 왼쪽을 돌파해 선제골을 돕는 크로스도 좋았다. 김보경은 이제 확실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된 것 같다. 첫 번째 골은 임팩트가 워낙 좋았고 두 번째 골은 침착함이 돋보였다. 반면, 이동국과 염기훈은 그다지 인상적인 움직임이나 패스, 슛이 없었던 점이 조금 아쉽다.

Q : 중동 원정에서 돌아와 곧바로 경기를 치르느라 역 시차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A : 경기 시작과 함께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보였던 게 사실이다. 카타르 원정에서 승리하고 왔지만 사실 체력이 100% 회복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성용 대신 구자철이 투입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보경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구자철이 중원에서부터 확실하게 경기를 주도하고 플레이를 만들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다소 침체되고 무거워 보였던 흐름을 바꾸는 데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1차전 선발이었던 김두현을 대신해 나온 김정우는 자기 몫을 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김보경의 추가골까지 터지면서 선수들이 완전히 여유를 찾았다. 편안하게 자기 플레이들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강희 감독(오른쪽)이 부상으로 교체되어 들어오는 기성용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고양｜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Q : 미드필더 기성용이 이른 시간 교체 아웃됐는데.(사진)


A : 허벅지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 됐고 그 공백을 본인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카타르와 1차전 원정 때는 무리 없이 경기를 뛰었지만 불과 이틀을 쉬고 다시 경기에 나선만큼 피로도 겹쳤을 것이다.(축구협회에 따르면 기성용은 허벅지 뒷 근육에 무리가 와 교체됐다)


Q : 카타르와 1차전 때는 중앙수비 조직력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오늘은 어땠나.


A : 이정수-곽태휘가 그대로 출전했는데 사실 오늘은 상대가 전반 24분과 후반 29분 날카로운 슛을 한 차례씩 날린 것 외에는 이렇다할 찬스를 잡지 못했다. 수비에 대한 평가를 하기에는 레바논 공격이 너무 무뎠다.


Q : 최효진 대신 오범석이 선발로 나왔다. 최강희 감독이 오른쪽 풀백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인가.


A : 고심을 하고 있을 것이다. 오범석은 상당히 오랜만에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렇다면 아주 활발하게 움직이고 임팩트 있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좀 부족했다. 전후반 통틀어 몇 차례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으로 최강희 감독의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