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본기. 스포츠동아DB
양감독 “대수비 보낸 내탓” 자책
롯데 대졸 루키 신본기(사진)는 14일 홀로 사직구장 유격수 자리에 서 있었다. 전날 ‘대형사고’를 일으켰던 바로 그 자리였다. 두산전에 앞서 롯데 선수단 전원이 외야에 앉아 스트레칭을 하는 동안 신본기만 내야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뜬공에 대한 수비훈련을 받고 있었다. 13일 사직 두산전 7회초 2사 만루서 대수비로 나갔는데 이성열의 플라이 타구를 미루다 놓쳐버린 데 따른 질책성 훈련이었다. 1-0으로 앞서던 롯데는 순식간에 1-3으로 역전 당했고, 결국 패했다.
훈련을 마친 뒤 신본기는 애써 밝은 표정으로 “어제 잠은 잘 잤다”고 답했다. 그러나 선배들을 향한 미안함이 역력히 묻어났다. 특히 선발로 등판해 5.2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고도 승리를 날린 이용훈이 실책 직후 덕아웃 옆자리에 앉아서 “괜찮다. 하다보면 그럴 수 있는 거다”라고 위로했을 때는 할말이 없었다. 다른 선배들도 꾸중보다 격려를 해줘서 더욱 미안했던 신본기다. 롯데 양승호 감독 역시 14일 “좌익수 이승화의 수비범위가 워낙 넓어 신본기가 지레 포기한 것 같다. 그래도 내 실수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상황이어서 (대수비보다)원래 뛰던 선수를 두는 것이 나았다”고 자책했다.
그러나 이 수비로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두산에서도 나왔는데 바로 평범한 뜬공을 치고도 3타점 적시타로 둔갑한 이성열이었다. 왜냐하면 그 타구를 친 뒤 실망해 열심히 안 뛴 탓에 1루까지밖에 못 갔기 때문이다. 14일 두산 김진욱 감독은 “벌금은 꼭 물게 할 것”이라며 웃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