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보다 개발이 좋아요” 꼬마 개발자 증가세

입력 2012-06-20 18: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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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앤 버터 소프트웨어(Bread and Butter Software)의 대표인 폴 더나후(Paul Dunahoo)는 최근 애플이 주최한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로 출장을 다녀왔다. 그는 기술 세션에 참가하는 한편, 다른 개발자들에게 자신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대한 조언을 받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목요일의 맥주 파티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 그는 공식적으로 술을 마실 수 없는 13살의 소년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 시각) 앱 개발에 뛰어드는 미국인 청소년 개발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소년들이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들이 만든 앱의 인기도 어른들이 만든 그것에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들도이들이 앱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이다.

애플은 2012년 WWDC를 기점으로 참가자의 연령 제한을 기존의 만 18세에서 만 13세로 낮췄다. 1,599달러(한화 약 185만원)에 달하는 입장료를 부담스러워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15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한편, 그들의 부모들을 보호자 자격으로 초대했다. 애플은 WWDC에 참석한 5,000여 명의 개발자 중 수백 명 가량이 대학생 미만의 청소년이었다고 밝혔다. 애플 마케팅 담당자 필 쉴러(Phil Schiller)는 “WWDC가 끝난 후 앱 개발자를 자칭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받았다”며 “자신도 WWDC에 참가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스타 개발자 속속 등장, 한국도 예외 아냐

몇 년 전만 해도 이 청소년 개발자들은 독학으로 앱을 만들었다. 전문 교육을 받은 성인 개발자들도 앱스토어에서 성공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청소년들의 행동을 일종의 놀이로 여겼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앱 중 일부는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빙고게임 앱을 만든 17세 소년 앤드류 로젠블럼(Andrew Rosenblum)이 대표적인 예다. 그가 앱에 광고를 붙여 수천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동안, 그의 친구들은 아이스크림 가판대를 운영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용돈을 벌어야 했다.

청소년 개발자들이 성공하기 시작하자 어른들의 시선도 점차 달라졌다. 잔소리 대신 앱 개발을 지지하는 부모들은 늘어났고, 애플리케이션 개발 방법을 가르치는 강습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했다. 기업들도 청소년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을 실시하거나 개발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청소년들도 쉽게 개발을 시작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된 셈이다.

비단 바다 건너 미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 개발자들을 재조명하는 추세다. 아이폰 앱 ‘서울 버스’로 유명해진 유주완 학생이 기폭제가 됐다. 유씨는 2009년 경기고등학교 2학년 재학 시절에 재미삼아 버스 도착시간과 노선을 안내하는 앱을 만들었고, 이 앱은 순식간에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유씨는 주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연세대학교에 진학해 개발자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의 음성인식기능 ‘시리’의 한국어 버전을 정식 버전에 앞서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개발자 공모전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도 뜨겁다. 네오위즈인터넷이 2012년 1월 실시한 ‘음악 게임 & 서비스’ 공모전에서 청소년 지원자의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취업 스펙을 쌓으려는 대학생 위주에서 특성화 고등학교나 청소년 개인 개발자들로 참가자층이 넓어진 것. 이제 한국의 앱 생태계도 제 2, 제 3의 유주완이 되려는 청소년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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