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외국인투수 스캇 프록터는 올 시즌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각광받고 있다. 프록터는 한국 생활과 한국리그 경험에 대해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를 마친 뒤 수비를 잘해준 동료를 가리키며 환호하는 프록터. 작은 사진은 팬들에게 선물할 친필 사인볼을 들고 포즈를 취한 프록터. 스포츠동아DB, 사진 제공|두산 베어스
야구는 팀게임…야수 실수해도 ‘내 잘못’
투수 안했다면 소통 포지션 포수가 좋아
두산 외국인투수 스캇 프록터(35)가 철벽 마무리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25일까지 20세이브, 방어율 1.99의 빼어난 성적으로 구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프록터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리그 적응력에 의문부호를 낳았다. 그러나 시즌에 돌입하자마자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키는 역투를 펼치고 있다. 스포츠동아 트위터 인터뷰를 통해 팬들과 만난 그는 한국리그에 대한 솔직한 감상과 두산의 일원으로,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내의 남편이자 다섯 아이의 아빠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프록터의 친필 사인볼 당첨자는 @kitty_hy, @rkdgnsdk, @opallios21다.
-한국에 있었던 기간은 짧았지만 직접 느낀 한국야구는 어떤가요. 상대하기 까다로운 한국타자는?(@voraos)
“선수조합이 잘 이뤄져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조직력도 좋다. 특히 잘 치는 타자들이 많아 놀랐다. 콘택트 능력이 대단하다. 어느 한 명 쉽게 승부할 수 없다. 까다로운 선수는 굳이 한명만 꼽으라면 삼성의 36번(이승엽)에게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를 맞아서 인상에 강하게 남아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한국무대를 선택할 때 두려움은 없었나요?(@hyeri0701)
“야구는 야구이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다. 더스틴(니퍼트)과 대화를 나누면서 메이저리그와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다르고, ‘스피드게임’을 한다고 들었다. 리그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두산이란 팀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요?(@opallios21)
“에이전트에게 새벽 4시에 전화가 와서 한국의 두산 베어스라는 팀이 나를 원한다고 하더라. 한국야구에 대해선 알고 있었는데, 일본도 거론되고 있었다. 그러나 두산이 마무리투수를 요구해서 아내와 상의해서 결정했다.”
-두산에 적응하는데 가장 많이 도움을 준 선수는 누구인가요?(@prelude4139)
“유격수(손시헌), 그리고 최고의 캡틴(임재철). 스프링캠프 때는 두 선수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시범경기 때는 벤치에 앉아서 용덕한(최근 롯데 이적)과 한국 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모든 코치들, 프런트들도 내가 편안하게 야구를 할 수 있게 배려해준다.”
-니퍼트와 김선우를 제외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선수는요.(@Yuna_45_)
“클럽하우스에 있는 선수들은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어느 특정 한명이 아니라 여러 동료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아내 캐리는 팬북에 있는 이성열을 가리키며 ‘체이스를 비롯한 아이들을 정말 예뻐한다’고 거들었다).”
-투수 말고 탐나는 포지션이 있나요.(@hyj3024)
“단연 포수다. 야구를 하면서 내·외야, 투수 다 해봤는데 포수가 최고였다. 그라운드에 있는 모든 이들과 눈을 맞추고 소통한다. 중심에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
-야구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나 후회됐던 일은?(@fullbase_) 지금까지 야구를 하며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나요?(@opallios21)
“트리플A와 더블A에서 우승했을 때. 개인성적이 아닌 팀이 이기는 순간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자주 캐치볼을 했는데, 뉴욕 양키스 시절 메이저리그로 콜업된 후 양키스타디움을 쭉 둘러보게 하고, 외야에서 함께 캐치볼을 했던 게 가장 뿌듯했다.”
-안타를 허용했을 때, 심지어 야수들의 실책으로 주자가 출루했을 때마저 야수들을 향해 ‘My fault!’라고 외치는 모습이 종종 중계에 잡혔는데 야구 철학인가요?(@serene0816)
“야구는 팀 게임이다. 누구나 실수는 한다. 반대로 내가 볼넷을 내주고 안타를 맞았을 때, 야수들이 서포터를 해주지 않나. 팀이라면 서로 도와줘야 한다.”
-시즌 첫 블론 세이브를 했을 때 어땠나요?(@Yiseulish)
“내가 세이브를 할 때 운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포수가 타자와 이길 수 있게 사인을 내주고, 야수들이 내 뒤에서 실점을 막아줬다. 팀플레이를 잘 해줬기 때문에 꾸준히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첫 블론세이브 때는 당연히 화가 났다. 그러나 중간계투는 실수를 담아두되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 나 역시 블론세이브 후 다음 기회를 준비했다.”
-한국 선수 중에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에 가도 통할 것 같은 선수가 있나요?(@Put_chit)
“몇 명이 있었다. 그러나 실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팀원들과의 관계, 관중의 야유 등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이 필요하다.”
-조 토레 감독이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이 됐다고 알고 있는데 만약 미국대표로 나가서 한국과의 결승전에서 동점 상황 때 타석에 김현수와 만난다면?(@rkdgnsdk)
“하하. 현수는 정말 좋은 타자고, 아이들을 많이 챙겨주는 동생 같은 친구다. 그러나 타 팀이면 지고 싶지 않다. 혹 아들이 상대편 선수라고 해도 봐주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 사인회 때 사인을 해주지 않고 본인 모자에 어린이 팬의 사인을 받은 걸로 아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kitty_hy)
“외야에서 훈련을 하다보면 분명 사인을 받고 싶은데 쑥스러워서 못 받는 어린이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난 내 모자에 그 아이들에게 사인을 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나 역시 해준다. 그렇게 사인을 받은 모자가 장식장에 꽤 많이 진열돼있다. 나도 어릴 때 종종 메이저리그 캠프를 구경 가고는 했는데, 그때 사인을 해주지 않았던 선수에 대한 굉장히 안 좋은 추억이 있었다. 야구는 아이들을 위한 게임이고, 아이들의 꿈을 키우는 장소다. 지금의 그 어린이가 나중에 커서 선수가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꿈을 더 크게 키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인을 받는다.”
-태어난 아기 이름이 모두 자신이 뛰던 경기장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다섯째는 그럼 잠실인가요?(@riny78)
“다섯째는 딸이다.(웃음) 캠든은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캠든구장(볼티모어 홈구장)에서 야구를 했었고, 쿠퍼는 첫째가 캠든이니까 C로 시작하는 구장을 찾다가 쿠퍼스타운에서 이름을 땄다. 체이스 역시 체이스구장(애리조나 홈구장)이었는데 팔꿈치 수술 후 빅리그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캠듬이나 쿠퍼가 훗날 한국에서 선수로 뛰겠다고 하면 시킬 생각이 있는지요.(@YangC77)
“아내와도 자주 얘기하는 건데 한국에서의 경험을 절대 못 잊을 것 같다. 다시 야구를 이토록 즐겁게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한국에 감사하다. 돌아가면 한국에 대해 좋은 말만 할 것 같다.”
30년 뒤 그리는 나의 모습은?
“30년 뒤는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고 손자들도 보면서 아내와 여생을 조용히 보낼 것 같다.”
두산 프록터?
▲생년월일=1977년 1월 2일
▲키·몸무게=185cm·90kg(우투우타)
▲경력=1998년 LA 다저스∼2003년 뉴욕 양키스∼2008년 LA 다저스∼2009 플로리다∼2010년 애틀랜타∼2012년 두산
▲2012시즌 연봉=25만달러(계약금 5만 달러)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307경기 343이닝 18승16패1세이브 방어율 4.78
▲2012시즌 성적(25일까지)=28경기 1승1패20세이브 방어율 1.99(27.2이닝 18탈삼진)
정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