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 “돌직구처럼 통쾌한 재미 기대하세요”

입력 2012-06-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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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상동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최훈 작가가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야구공을 쥐고 환하게 웃고 있다. 부천|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부천시 상동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최훈 작가가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야구공을 쥐고 환하게 웃고 있다. 부천|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만화가 최훈 일문일답

야구소재 시원하게 풀어내려 제목 ‘돌직구’
그래도 선수들은 내 만화 보지 않았으면…

개그만화 ‘개고시’ 오랫동안 준비한 야심작
부담없는 웃음을 선물할 수 있을 거라 자신

부천시 상동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있는 작업실에 들어서자, 최훈 작가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편한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만화 작가의 작업실치고는 어두침침한 실내(모니터 반사광을 막기 위해 조명을 약하게 해놨다고 한다). 책상 위에는 대형 모니터 두 대와 소형 TV 한대가 눈에 띠었다. 그 옆에는 프라모델 (조립식 장난감)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최훈 작가는 7월 2일부터 프로야구와 가족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카툰을 스포츠동아에 연재한다. 프로야구 프리뷰인 ‘최훈의 돌직구’와 그가 오랜만에 도전하는 개그만화 ‘개와 고양이의 시간(이하 개고시)’이 그것이다.


- 연재 준비는 잘 되어 가는지.

“네이버에 연재하는 ‘프로야구 카툰’과는 다른 야구 카툰을 구상하고 있다. 다루고 싶은 소재를 직선으로 시원하게 꽂아 넣겠다는 의미로 제목을 ‘돌직구’라고 정했다. 스포츠동아에 맞게 좀 더 분석적이고 흥미로운 자료를 다룰 수 있는 만화가 될 것이다. ‘개고시’는 예전부터 생각해 온 소재다. 부담없는 웃음을 주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 우리나라 최고의 프로야구카툰 전문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2004년 네이버에 ‘MLB카툰’을 연재하면서 야구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부터 야구만화로 뭘 해보겠다는 건 아니었다. 솔직히 지금도 내가 야구만화로 먹고 살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 야구만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당시 신문 연재를 하고 있어 수입은 충분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만화는 아니었다. 다른 취향의 만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한 게 야구만화다. 야구를 워낙 좋아하니까. 처음에는 익명으로 인터넷 야구카페 같은 곳에 올렸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나도 명색이 프로인데 이왕이면 돈을 받고 그려볼까’싶어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네이버에 연재를 하게 된 것이다.”


- 언제부터 야구를 좋아한 건가.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지금도 어려서 아버지를 따라 동대문야구장에 다녔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는 해태 시절부터 열렬한 타이거즈 팬이시다. 평소 아들한테 전화하는 일이 없는 분인데 야구에 대해 궁금한 게 생기면 전화를 한다. 뜬금없이 전화를 해서 ‘야, 선동열이 타이거즈 감독된다는 게 사실이냐’하는 식이다.”


- 만화작가가 된 사연이 궁금하다.

“대학시절에 PC통신 문학동호회에 소설을 올리다가 ‘아이 이븐 킬 더 데드’라는 소설로 ‘버전업’이란 문학계간지를 통해 등단했다. 지금 생각하면 겉멋만 든 소설이었던 것 같아 부끄럽다. 그 후 소설을 몇 편 썼는데 아무래도 만화가가 내 체질에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3학년 때 만화가로 진로를 정하고 1년간 준비 끝에 졸업후 곧바로 일본으로 갔다.”


- 일본에서 만화를 배운 건가.

“그렇다. 일본디자이너학원이란 곳에서 3년을 공부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전문대와 학원의 중간단계쯤 되는 교육기관이었다. 이후 사이타마대학원 예술학부에 입학했는데, 중간에 그만 두고 한국으로 오게 됐다.”

● “선수들은 내 만화를보지 않았으면 바랄 때가 많아”


- 만화가 최훈의 하루가 궁금하다.

“하루 종일 마감하는 일밖에 더 있겠는가. 작업실은 부천이지만 집은 용인이다. 출퇴근하기에 벅차 대부분 작업실에서 지낸다. 일요일 오전에 작업실에 출근했다가 목요일 밤에 집으로 퇴근한다.”


- 야구만화를 그리려면 야구 경기를 봐야할 텐데.

“물론이다. 시간 관계상 경기장을 갈 수는 없어 주로 컴퓨터로 야구중계를 본다. 모니터 한 대로 두 경기를 동시에 보고, 또 다른 모니터에는 자료, 문자중계, 야구 커뮤니티 채팅창 같은 것을 띄워놓는다. 네 경기를 동시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건이 발생하면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불이 난다. 그때 얼른 해당 경기를 돌려보면 된다.”


-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도 최작가 야구 카툰의 애독자가 많다고 들었다.

“크∼! 선수들이 제발 안 읽었으면 좋겠다. 사실 나도 그리면서 ‘이런 건 선수나 가족이 보면 얼마나 기분 나쁠까’ 싶을 때가 있다. 가능하면 좀 안 봤으면 싶은데, 그래도 보더라.”


- 혹시 만화에 등장한 선수에게 항의같은 걸 받아본 적이 있나.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 선수가 메이저리그 팬이다. WBC에 출전한 김현수가 상대팀 메이저리거한테 사인을 받는 장면을 그린 적이 있는데, 진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오해한 독자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얼마 뒤 김현수 선수가 연락을 해왔다. 뭐 크게 항의한 건 아니고 투덜거린 정도? 흐흐”


- 최훈 작가는 LG트윈스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혹시 팔이 안으로 굽는 일은 없는지.

“항상 주의하는 부분이다. 사실 특정팀의 팬이라는 게 밝혀지지 말았어야 했다. 전혀 의도하지 않고 그렸는데도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 (복선이나 코드 등을) 숨기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안 숨긴 걸 숨겼다고 여기는 팬도 많다. 올해 LG는 주목의 대상이라 그릴 게 많은데 고민이다. 이러다 보니 LG는 안 좋은 얘기를 그릴 때가 많다. 작가가 사랑하다 보니 역차별을 받는 것이다.”


-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는 어떤가.

“정말 죽는다. 막 소리를 질러 작업실의 다른 친구들이 깜짝 놀라기도 한다. 계속 왔다 갔다하면서 머리를 쥐어짠다. 만화책을 보기도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시리즈를 몽땅 읽어버리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 마지막으로 스포츠동아 독자에게 한 마디한다면.

“네이버 ‘프로야구카툰’을 주1회에서 일일연재로 바꾼 건 스포츠신문에 야구만평을 그려보고 싶어서였다. 스포츠동아에서 기회를 주셔서 기쁘다. 앞으로 열심히 그려보겠다. ‘개고시’는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준비해 온 작품이다. 재밌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다.”

■ 만화가 최훈?

● 1972년 출생.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졸업.
● 1997년 문학계간지 ‘버전업’을 통해 소설작가로 등단.
● 이후 만화가의 꿈을 안고 일본에서 유학.
● 귀국 후 2002년 코믹 만화 ‘하대리’를 통해 정식 만화가 데뷔.
● 2004년 네이버 ‘MLB카툰’으로 첫 야구만화 연재. 2005년 스포츠신문에 ‘체육왕’, ‘카우시에’ 연재. 현재 네이버 ‘프로야구카툰’, ‘삼국전투기’ 연재 중

부천|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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