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Cafe]이유진 대표 “‘내 아내의 모든 것’ 인기? 카사노바로 통했어요”

입력 2012-06-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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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모든 것’을 비롯해 ‘전우치’ ‘그놈 목소리’ 등 흥행작을 제작해온 이유진 대표는 “공감과 소통”의 이야기를 강조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내 아내의 모든 것’ 만든 영화사 집 이유진 대표


류승룡 통해 사랑과 교감·이별·소통
400만 ‘건축학’ 넘을 줄은 상상 못해
현재 어른들의 사랑이야기 어필된 듯

여성 제작자로서의 강점?
섬세하고 꼼꼼한, 한마디로 ‘살림꾼’

작품 선택 기준은 무조건 새로움!
물론, 망할까봐 조바심도 납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여풍’보다 적합한 말이 있을까.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대박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연달아 400만 관객을 돌파한 ‘건축학개론’과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모두 여성 제작자가 만든 작품. 섬세하고 감성적인 이야기로 30∼40대 남성 관객까지 극장을 찾게 했다. 그 뒤에는 ‘감성’을 넘어 ‘공감’까지 이끌어 낸 여성 제작자의 힘이 있다.

5월17일 개봉해 28일 현재 420만 관객을 넘어선 ‘내 아내의 모든 것’(감독 민규동·이하 내아모)도 마찬가지.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는 ‘전우치’(600만), ‘그놈 목소리’(300만) 등에 이어 또 한 번 히트작을 내놓아 ‘건축학개론’의 명필름 심재명 대표 등과 함께 현재 충무로를 대표하는 여성 제작자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화사 집 사무실에서 이유진 대표를 만났다. 그동안 제작한 ‘초능력자’ ‘행복’ 등의 DVD와, 프로듀서로 참여한 ‘달콤한 인생’, ‘너는 내 운명’,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의 포스터로 가득한 방은 역대 한국영화 흥행작을 살필 수 있는 박물관 같았다.


- ‘내아모’의 흥행,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예상했나.

“민규동 감독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촬영 끝나고 편집본을 수십번 봤지만 때마다 유쾌했다. 사전 반응이 좋아 ‘괜찮겠다’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200만 명을 넘어서 250만 명까지 가니 떨렸다. 250만 명 넘고 나서 마음 속으로 ‘진짜 300만이 가능할까’ 생각했다. 그런데 됐다.”


- 관객이 ‘내아모’에 반응하는 이유가 뭘까.

“카사노바(류승룡)를 매개로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교감, 공감, 이별, 소통이 이뤄진다. 2라운드는 캐릭터의 힘이다. 눈물 펑펑 쏟는 멜로 하지 말고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었고 그게 통했다.”


- 임수정, 류승룡, 이선균까지 ‘캐스팅의 승리’라는 평가도 있다.

“로맨틱 코미디를 하지 않았던 배우, 그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를 찾았다. 남편 두현을 연기할 사람은 이선균 말고 떠오르지 않았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 나온 류승룡을 보고 성기와 비슷한 면을 봤다. 코믹해 보여도 절대적인 힘이 있다. (임)수정과는 두 편의 영화(‘행복’, ‘전우치’)를 함께 했다. 민규동 감독은 여주인공으로 임수정을 향한 강한 의지가 있었지만 나는 과연 할까, 어렵다고 할 텐데, 나이가 있는 역할인데…, 생각이 많았다. 수정이와 단 둘이 몇 번 만나 ‘여배우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좋은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용기를 내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 스릴러, 판타지 액션, 멜로 등을 제작했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이다.

“늘 하고 싶었지만 이야기의 결론이 정해져 있고, 결국 사랑이란 생각에 망설였다. 몇 번 준비하다 어긋나기도 했다. ‘나는 안 되나 보다’ 했다. ‘내아모’를 내놓고도 걱정했다. 관객 타깃이 너무 높았다. 결혼, 유부녀, 이혼이 나온다. 과연 관통하는 공감대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 어쨌든 관객과 통했다. 제작자로 남다른 ‘감’이 있는 것도 같다.

“감? 하하! 늘 어렵다. 나는 영화를 많이, 잘 보는 편이다. 성공한 영화, 평이 좋지 않은 영화, 가리지 않는다. 영화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 그걸 찾으려고 한다. 누구나 다 잘 만들려 하지만 끝까지 그 지름길은 모를 것도 같다. 목표는 언제나 손익분기점이다. 상업영화를 하는데 손해볼 수는 없지 않나. 소심한 성격 탓에 속으로 와글와글 끓을 때도 많지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 ‘건축학개론’(410만명)의 흥행 기록까지 뛰어넘었다.

“‘건축학개론’은 향수와 첫사랑,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완성했다. 그것도 이런 시기에. 경쟁 영화들도 놀랐을 테고 나도 놀랐다. 반면 ‘내아모’는 그동안 20대 위주였던 로맨틱 코미디의 관객층을 30∼40때까지 넓혔다. 어른들의 로맨틱 코미디의 탄생? 현재,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다.”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를 다니던 이유진 대표는 1997년 ‘정사’에 참여하며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달콤한 인생’ ‘너는 내 운명’의 프로듀서를 맡아 실력을 인정받았고 2006년 영화사 집을 설립해 이듬해 설경구 주연의 ‘그놈 목소리’를 제작, 300만 명의 흥행을 이뤘다. 2007년 미국 유명 영화지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10인의 프로듀서’에 아시아 영화인으론 유일하게 선정됐다.


- 여성 제작자만의 강점이라면 무엇일까.

“섬세하고 꼼꼼한 면. 리스크 관리면에서도 확실한 장점이 있다. 제작자는 살림꾼이다. 감독과 배우를 잘 보좌해 살림을 해야 한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다음에 또 나와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려면 자신만의 강점은 꼭 갖고 있어야 한다. 광고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관객과의 소통 방법을 고민하게 만든다. 요즘 제작하는 영화의 마케팅도 직접 하는 편이다. 소심한데 책임감이 있는 성격이다.”

이유진 대표는 “반성은 할지언정 후회는 안 한다”고 했다. 영화에 빠져 프로듀서와 제작자로 일한 지 햇수로 16년. “일이 힘들지만 (여성이어서)차별받는 일은 적다”고 말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영화계 사람들은 아직 순수하다. 학연, 지연,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분야다. 내 작품으로만 평가받는다. 물론 경쟁은 존재하지만 실력만 있다면 충분히 뚫고 나갈 수 있다.”

- 함께 일했던 배우, 감독과 반드시 다시 작업하는 편이다.

“강동원과 세 편, 임수정과는 세 편을 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한다. 몇 번 함께 일하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원하는 걸 금방 안다. 제작자는 그저 배우와 작품, 감독의 소통을 돕는 역할을 할 뿐이다.”


- 준비 중인 작품을 살짝 공개한다면.

“범죄영화. 두 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한다. 시나리오를 작업 중이다.”


- 제작을 결정하는 선택 기준은 뭔가.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걸 관객에게 줘야 한다. 기획에서 제작 그리고 개봉까지 대략 3년이 걸린다. 지금 인기 장르라고 해서 무작정 달려든다고 할 때 3년 후에도 그럴까. 잘 될 것 같은 장르에 중점을 두지는 않는다. 물론 영화사도 회사이니, 작품을 해야 먹고 살지. 하하! 조바심이 날 때도 있다.”

이해리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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