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Let’s Go Baseball] “코치는 무슨? 선동열도 집마당서 혼자 던지며 배웠어”

입력 2012-06-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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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투수’로 명성을 떨친 선동열의 영광이 있기까지는 아버지의 물심양면 지원이 숨어있었다. 아버지 선판규 씨는 집 앞마당에 마운드를 만들어주며 아들의 어깨를 단련시켰다. 스포츠동아DB

넥센 김성갑코치 “대학때 첫 코치 만나”
최동원·선동열 집에서 매일 독학 훈련

최근 선수들 족집게 과외 불구 투지 부족
강정호 안주하지 않는 ‘ML도전’ 눈길


요즘 사교육이 사회문제다. 불안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사교육 마케팅에 부모들은 등골이 휘고, 아이들은 마음껏 놀 기회를 빼앗겼다. 과외에 아이들은 힘들어하고, 부모들은 지나친 과외비 탓에 경제적으로 어렵다. 과외에 중독된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몰라 고전한다고 한다. 사회에 나가서도 마찬가지다. ‘헬리콥터 부모’라는 단어가 생긴 이유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예전 선수들은 과외보다는 독학을!

요즘 우리 선수들은 예전에 비해 스스로 연구하려는 자세가 부족하다. 1980년대 선수 넥센 김성갑 수석코치의 말. “내가 대학에 따닐 때 처음 코치가 있었다. 이전까지는 감독이 모든 일을 다 했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스스로 알아서 훈련했다. 타격, 수비 등 자신의 약점을 찾아내 연습했다.” 1970년대 선수 임호균 해설위원의 회상. “최동원, 김시진이 동기다. 국가대표나 대학선발에 함께 뽑히면 서로를 의식해 훈련도 경쟁하듯 했다. 상대보다 하나라도 더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예전 선수들은 무지막지하기는 했어도 훈련은 철저했다. 전설의 최동원은 고교시절 집에서 학교 훈련 때만큼의 피칭을 매일 했다. 놀라운 제구력과 날카로운 커브, 상상을 초월하는 연투능력은 그렇게 생겼다. 선동열도 아버지가 집 앞마당에 만들어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며 어깨를 가다듬었다. 많이 던지면 혹사당한다는 말도 있지만, 예전 투수들은 많이 던질수록 어깨는 단련된다고 믿었다. 컨트롤도 마찬가지다. 스피드는 타고나지만 컨트롤은 훈련의 결과다.


○과외선생의 도움보다는 스스로의 노력과 열의가

요즘 선수들은 행복하다. 구단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두고 있다. 코치다. 그것도 모자라 인스트럭터까지 둔다. 전력분석팀도 있다. 엄청난 자료를 준다. 피칭을 16개의 동작으로 나눠 분석할 정도로 발전했다. 족집게 과외 부럽지 않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자세다. 선수 본인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모두 물거품이다. 해태시절 이순철은 상대팀의 타격훈련 때마다 본부석에서 지켜봤다. 원정기록원이 상대 선수들의 타구방향 등을 요약해 보여주기는 해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구단이 마련한 동영상을 보면서 전력분석실에서 상대팀을 연구하는 것이 대세지만 20세기의 이순철은 눈으로 직접 보는 ‘현장학습’을 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참고서와 과외 선생님이 있어도 학생 스스로의 열의가 없으면 교육효과는 반감된다. 그런 면에서 넥센 강정호의 도전의식은 놀랍다. 올해 프로 7년차인 그는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성공 여부는 나중의 문제다. “매를 먼저 한번 맞아보겠다”며 차근차근 준비하는 그의 자세는 연봉 2억∼3억원에서 안주하고 프리에이전트(FA) 대박이나 노리며 더 이상 실력을 키우지 않는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스스로 절실해야 야구가 발전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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