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무시한 에이전트 계약이 화근

입력 2012-07-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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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배구의 간판 김연경(오른쪽)이 임의탈퇴선수가 되면서 해외 이적이 불투명해졌다. 페네르바체를 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는 김연경. 사진 출처=CEV 홈페이지

한국여자배구의 간판 김연경(오른쪽)이 임의탈퇴선수가 되면서 해외 이적이 불투명해졌다. 페네르바체를 유럽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뒤 동료와 기뻐하고 있는 김연경. 사진 출처=CEV 홈페이지

김연경 “임대구단·연봉, 구단 독단 처리”
흥국 “구단 동의 없는 계약은 규정위반”
장기화땐 선수만 피해 에이전트 손떼야


여자배구 최고스타 김연경(24)과 원 소속구단 흥국생명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2012∼2013시즌 프로배구 V리그 선수등록 마감일인 2일 김연경을 임의탈퇴선수로 공시해줄 것을 프로배구연맹(KOVO)에 요청했다. 이는 구단 동의가 없으면 국내 타 구단은 물론 해외 이적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악의 경우 김연경은 당분간 코트에 설 수 없다.


○흥국생명 “원칙대로 하자”

사건의 발단은 페네르바체(터키)에서 임대 선수 생활을 하면서 통역이나 현지 생활에 불편을 느낀 김연경이 에이전트 계약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국내 규정상 구단의 동의 없는 에이전트 계약은 규정 위반이다. KOVO 규정 70조 2항에는 “구단과 선수가 선수계약을 체결할 때는 해당구단과 해당선수가 직접 계약을 체결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73조 4항에는 ”연맹 또는 구단과 협의하지 않은 채 제 3자와의 배구 또는 타 스포츠와 관련된 계약의 체결 및 경기의 참가는 금지사항“으로 규정되어 있다.

흥국생명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규정을 어기고 에이전트와 계약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흥국생명 권광영 단장은 “김연경이 한국배구의 위상을 높이며 해외에서 활약하는 것은 배구계나 구단 입장에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규정을 깨고 김연경의 이적을 인정해 줄 경우 프로배구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물론 협상의 여지는 있다. 권 단장은 “지금이라도 김연경이 에이전트 계약을 파기한다면 구단 차원에서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연경 “에이전트 통해 해외 진출 하겠다”

김연경은 물러설 생각이 없다. 그는 “페네르바체와 통역이 제공되는 것으로 계약했지만 실제로 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보다 나은 조건으로 해외 임대 계약을 추진하려면 에이전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흥국생명과 감정 대립이 있었던 부분도 인정했다. 김연경은 “페네르바체와 계약 해지도 구단이 먼저 진행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또 내가 임대될 해외구단과 연봉 문제를 구단이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최악의 경우 운동을 쉬는 한이 있어도 에이전트를 통한 해외 진출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 확대 시킨 건 에이전트

결국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는 김연경이 에이전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에이전트는 김연경에게 해외 진출에는 아무 걸림돌이 없다고 장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KOVO 규정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김연경 에이전트인 인스포코리아는 KOVO의 FA규정 3조2항(6시즌을 뛰어야 FA자격 취득. 현재 김연경은 2시즌을 더 뛰어야 함)이나 구단 동의 없는 에이전트 계약을 금지하는 규정 등을 ‘국내에 국한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국제배구연맹(FIVB)을 통해 직접 해결하면 해외 진출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로컬 룰은 안중에도 없다.

지금 해외 시장은 마무리 단계다. 양측 대립으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김연경이다. 소속 구단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해외 이적을 추진하고 있는 에이전트가 손을 떼야만 해결될 사안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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