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모 “차수혁 연기하다 암 걸릴뻔”

입력 2012-07-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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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동안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 빠져 살아온 이필모. “데뷔 이후 가장 극심하게 선과 악을 넘나드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그는 “역할에서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사진제공|저스트유

■ 드라마 ‘빛과 그림자’ 7개월 장정 마친 이필모

극중 인물에 빠져 속 답답…종양 착각도
마지막회 자살하는 모습 보고 눈물 찔끔
부산 호텔서 먹고 자고 읽고 놀며 재충전
“이제 결혼하고픈데 내 반쪽은 어디에”

“수혁이를 연기하면서 종양이 생기는 것 같았다.”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이필모(38)는 7개월의 기나긴 촬영을 마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빛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림자도 될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힘들었다는 이필모. 데뷔 이후 가장 극심하게 선(善)과 악(惡)을 넘나드는 캐릭터를 연기한 이필모는 차수혁에게서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했다. “혼자 집에서 마지막회(3일)를 보는데 기분이 묘하더라. 수혁이 자살하는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아 집 근처에서 소주 한 잔 했다”며 인터뷰 전날 밤을 떠올렸다.

이필모는 ‘빛과 그림자’에서 안재욱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 찬 차수혁을 연기했다. 권력을 향해 질주하다 결국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전작 ‘솔약국집 아들들’ ‘사랑을 믿어요’에서 보여줬던 친근한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안재욱을 배신해 시청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수혁이는 머릿속에 생각이 많지만 겉으로 드러내는 성격이 아니다. 그렇게 7개월 동안 수혁이로 살다 보니 나도 수혁이처럼 말을 잘 안하게 되더라. 한 번은 몸속에 종양이 생긴 것처럼 답답해 배를 움켜쥐고 촬영한 적도 있다. 잘 표현하지 않는 수혁이 은근히 신경이 쓰였나 보다.” 이필모는 또 “수혁이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툴다. 눈빛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눈빛으로 말하는 수혁이를 위해 항상 촉촉한 눈을 유지해야 했다. 하하하!”라며 큰 눈을 번쩍 떴다.

‘빛과 그림자’에서 수혁이는 잠시 빛을 봤지만 스스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 어둠 속을 걸었다.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회했다. “수혁이 인생의 빛은 아마도 정혜(남상미)를 만났을 때인 것 같다. 기태(안재욱)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빛이 지속될 수 있었을 텐데. 기태 때문에 수혁이는 죽기 전까지 그림자 같은 인생을 산 것 같다. 수혁이가 64회 동안 웃음을 보인 게 3번 정도였으니”라고 지난 7개월을 되돌아봤다. 자신의 극중 캐릭터에 대해 이렇듯 긴 언급을 내놓는 것에서 그 짧지 않은 시간 힘겨웠을 그의 속내가 느껴졌다.

2남 1녀 중 막내인 이필모는 형과 누나가 일찍 결혼해 오랫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이제는 새 사람이 필요한 때. “부모님께서 이제는 결혼해야 하지 않겠냐고 자주 말씀하신다. 나이 많은 아들과 지내는데 얼마나 지겨우시겠느냐”며 “연애를 꺼리는 건 아닌데 시간이 없다. 좋은 사람이 있다면 결혼하고 싶다”면서 “사랑에는 수혁이처럼 서툴다. 데이트하면서 내가 저녁 메뉴를 고르면 상대방이 좋아할지 싫어할지 굉장히 고민한다. 처음 시작하기가 어렵지만 사랑하게 되면 되게 잘 한다”며 미지의 이성에 대한 기대 반, 쑥스러움 반의 표정을 지었다.

이필모는 만학도이기도 하다. 올해 초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한 이필모는 화요일과 수요일 수업엔 꼬박 출석했다. 편입 당시 세웠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다 보고 레포트도 제출했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업에 참여했다. F학점은 하나도 없다”면서 ”졸업하면 대학원도 생각하고 있다.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공부를 하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손을 내저었다. “연기는 철저하게 자신과 벌이는 외로운 싸움이다. 누군가 연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연기하랴, 공부하랴 7개월을 쉬지 않고 달려온 이필모는 잠시 휴식을 취한다. 혼자서 여행을 떠나며 빠져나간 기를 재충전할 예정이다. “KTX 타고 부산에 다녀오려고 한다. 전망 좋은 호텔에서 자고 싶을 땐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또 독서도 하면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전광렬 선배님께서 유럽 여행을 추천해 주셨는데 그것도 댕긴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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