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영 “도도하고 소름끼치는 캐릭터, 석달 동안 한번도 못 웃었죠”

입력 2012-07-2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로 주목받은 장신영.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연기를 처음 하는 신인처럼 많은 것을 배워서 좋았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드라마 ‘추적자’ 신혜라 역 마친 장신영

박근형 선배님과 대적…10년 경력도 한계
촬영분 없어도 모니터 앞 지키며 연기 공부
애초 12회에 죽는 설정…끝까지 살아남아
왜 안 죽였냐고 물어봤더니 시기 놓쳤다고

“인기보다 더 큰 선물을 받았어요. 선배들이죠.”

최근 인기리에 끝난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에서 극중 강동윤(김상중)의 보좌관 신혜라 역으로 주목받은 연기자 장신영.

그가 연기한 신혜라는 강동윤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자신도 권력 실세가 되려는 야심에 차고 도도한 인물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소름 끼치는 캐릭터여서 방송 3개월 내내 한 번도 웃을 일이 없었다. 신혜라의 대사 지문이 ‘옅은 미소로…’가 전부였다는 그는 “표정의 변화가 없는 차가운 여자라 웃지 못했다.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이렇게까지 웃지 않는 여자는 처음”이라며 자신도 신기하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방송이 끝나자 입이 귀에 걸릴 듯 환하게 웃었다. 드라마가 성공을 거둔 덕분이기도 하지만, 어려운 숙제를 끝낸 학생처럼 자신감과 뿌듯함이 넘쳤기 때문이다.

“연기력에 대해서 부담이 많았다. 솔직히 죽겠더라. 드라마가 끝난 후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잘 버텼다’고 하시는데 그 설움이 단박에 풀리더라. 감사하다. 김상중 선배님이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을 거다. 제가 주눅 들지 않고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알려주셨다. 작품이 잘 돼서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연기를 처음 하는 신인처럼 많은 것을 배워서 좋았다. 자신감도 조금 생겼고.”

장신영은 신혜라를 연기하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흔히 볼 수 없었던 캐릭터이고, ‘연기 대가’라는 박근형, 김상중, 손현주 등 중견 연기자들과 맞붙는 장면이 많았다.

“10년 동안 연기를 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특히 박근형 선배님과 대적하는 장면에서 가장 힘들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선배님들이 하는 걸 묵묵히 지켜보는 것 밖에 없었다. 제 촬영 장면이 없어도 무조건 모니터 앞에서 지켜봤다. 그렇게라도 하면 새 발의 피만큼이라도 따라가지 않을까 한 거다.”

진심이 통했을까. 신혜라는 애초 12회에 죽는 설정이었고 캐스팅 당시 연출자인 조남국 PD조차 장신영에게 출연 제의를 하기 미안할 정도로 작은 역할이었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당당히 이름값을 했다.

“캐스팅 때 감독님이 저와 친분이 있는 ‘유령’의 김형식 감독님에게 그랬대요. ‘역할이 작은데 장신영이 할까’라고. 저는 신혜라를 보는 순간 정말 마음에 들었다. 배우로서 욕심이 나서 무조건 한다고 했는데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박경수 작가님한테 ‘왜 저 안 죽이냐’고 물어봤더니 죽을 시기를 놓쳐서 그랬다고 하시더라. 하하하!”

장신영은 드라마가 끝난 후 출연진, 제작진 등과 함께 1박2일간 경기도 가평으로 MT를 다녀왔다.

“아쉽게도 작가님만 빼고 거의 모였다. 촬영 때 ‘강동윤파’와 ‘백홍석파’가 나뉘어 함께 만나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거의 모니터로만 서로를 응원하다 함께 만나니 반갑더라. 못했던 이야기와 서로 ‘고생 많았다’고 격려해 주는 자리였는데, 이제는 못 만날 생각을 하니 많이 아쉽다. 언제 또 그런 선배님들과 만날 수 있을까?”

이정연 기자 annjoy@donag.com 트위터@mangoosta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