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런던 리포트] 마린보이 박태환, ‘외장하드’는 심리치료제

입력 2012-07-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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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스포츠동아DB

박태환의 금메달 심리요법


세계선수권 우승 영상 등 보며 자기암시
감격의 경기장면…심리적 안정에 특효
의무·체력 전담팀 밀착 관리도 큰 도움


최고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희열을 되짚는다. 결전의 날을 앞둔 ‘마린보이’의 심리요법이다.

‘축구황제’ 펠레(62·브라질)는 경기에 나서기 전 라커룸에서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낡은 신발을 신고 골목을 누비던 유년시절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친다. ‘돈과 명예’보다 축구 자체가 소중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 펠레는 그라운드로 나섰다. 심리적 압박을 뚫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노하우였다. 남자 자유형 400m의 전설을 꿈꾸는 박태환(23·SK텔레콤 스포츠단)도 2012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예민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나름의 심리적 해법이 있다. 박태환은 21일(한국시간) 런던에 입성하면서 1TB 용량의 외장하드 3개를 챙겼다. 그 속에는 어린시절부터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이 담겨져 있다.


○전담팀, 선수촌까지 박태환 밀착

현재 박태환은 선수촌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파트형의 선수촌에는 3개의 방이 있다. 각 방에는 박태환과 전담팀 박철규 의무담당관, 권태현 체력담당관이 머문다. 전담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선 박철규 의무담당관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귀띔했다. 훈련 전후 박태환의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도맡으며 컨디션 조율에 심혈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23일 훈련을 마친 뒤 가벼운 목 근육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박철규 의무담당관의 마사지를 받고 숙면을 취한 뒤 통증이 사라졌다. 결국 24일에도 별 탈 없이 훈련을 마쳤다. 전담팀 관계자는 “박태환은 일반인이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신체의 변화에도 대단히 민감하다”고 전했다. 박태환은 선수촌 내에서도 전담팀 스태프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어떠한 변수에도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 전담팀 스태프는 평소 박태환이 ‘형’처럼 따르는 존재이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외장하드 3개에 담긴 동영상 ‘긍정의 힘’

마사지로 몸을 풀고 저녁식사까지 마친 박태환은 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때 외장하드에 저장된 자신의 경기 동영상을 시청한다. 박태환은 “내 영법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면서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눈썰미가 뛰어난 그는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했던 때를 떠올리며 밸런스를 다잡는다. 실전을 앞두고 더 중요한 효과는 심리적 안정이다. 모니터 안에서 2007멜버른세계선수권, 2008베이징올림픽의 짜릿한 순간이 스쳐 지나가면, 박태환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감격의 장면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특히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수영인생에서 처음 세계 정상에 섰던 2007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결선이다. 올림픽 2연패로 ‘전설’을 꿈꾸는 박태환은 그 출발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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