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고생의 아이콘’ 윤하 “두피에서 피고름 날 정도로 괴로웠다”

입력 2012-07-26 08: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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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오랫동안 무대에 서지 못하다 1년 6개월 만에 더욱 단단해져 돌아온 ‘고생의 아이콘’.

“몸도 마음도 정말 안 좋았어요. 후두염과 대상포진으로 고생했어요. 두피에서 피고름이 나고…미용실에서 머리 하다 스프레이가 두피에 닿으면 심한 통증에 운 적도 많아요. 누구도 믿을 수 없었죠.”

지난 3일, 4집 정규 앨범 ‘슈퍼소닉’(Supersonic)을 들고 가요 팬들의 품으로 돌아온 가수 윤하(본명 고윤하·24)다. 그의 컴백이 그저 반갑다.

“가수를 다신 못할 것 같단 생각을 했던 후에 발매한 앨범이라 기분이 남달라요. 2년 남짓의 시간이 정말 길더라고요. 군대에 다녀온 친구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대인기피증도 생겨 혼자 지낸 날이 많았지만, 결국 이렇게 돌아와서 행복해요.”

2011년 4월 라이온미디어를 상대로 전속계약해지 소송을 제기했던 윤하는 맞소송을 낸 소속사와 지난 2월 원만하게 합의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라이온미디어로 하여금 미지급금 1억 원을 윤하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오리콘의 혜성, 제2의 보아’

윤하의 4집 앨범 ‘슈퍼소닉’은 윤하나 팬들에게 정규 앨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긴 여름을 이겨내고 얼음을 깨고 나오는 새싹처럼 가수로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희망의 메시지다.

뮤지션 유희열이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윤하의 새 앨범은 김병석, Score 등 기존에 함께 작업하던 스태프들과 호흡을 맞췄다. 12곡 중 4곡은 윤하가 직접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효율성 있는 앨범은 아니에요.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던 과거와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매달려 있었어요. 긴 시간과 감정을 공유한 후에 나온 곡이라 한 곡 한 곡을 작업할 때 무엇을 먹었는지까지 생각나요.”

윤하는 어떤 앨범보다 처절하고 치열하게 녹음했다고 했다. 그는 앨범을 발매하기 전까지 “나에 대한 표현은 오직 음악 뿐이었다”며 “할 수 있는 게 녹음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대중성’에 대해 강요가 많았던 지난 앨범과는 달랐다. 진심을 담아 부른 노래가 마음에 와 닿는다면 그게 대중적인 게 아닐까란 생각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윤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버렸어요. 오직 저를 표현하는 것에만 몰두했어요. (웃음) 앨범 작업을 모두 끝내고 나니 그때서야 걱정이 되더라고요.”

윤하는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가수다. 팝부터 록, 밴드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소화하는 그에게 비결을 묻자 “다른 여성들에 비해 성대의 키가 높다. 저음이 약해 애절하고 간절한 느낌을 살리려다 보니 음을 계속해서 올리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번 앨범에는 많은 뮤지션들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타이거 JK, 조규찬, 박재범, 존박 등이 목소리로 윤하를 응원했다.

“존박은 데뷔 한 지 얼마 안됐는데도 정말 베테랑이에요. 듀엣곡에 대한 이해가 완벽한 가수죠. 타이거 JK 선배님은 개인적으로 팬이라 함께 하고 싶어서 도전했어요.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감사했죠.”


▶ 아픈 만큼 성장한다

시련은 윤하를 성숙하게 했다. 그는 무대를 떠나야만 했을 당시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자연스레 집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지난해 5월 9일부터 시작한 MBC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 DJ 활동은 그런 그를 치유했다.

“방송도 중요하지만, 공연이 가장 중요해요. 어떻게 하면 팬들이 내게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뿐이에요. ‘불후의 명곡2’는 PD님께서 먼저 제의를 해주셔서 감사하게도 출연하게 됐어요. ‘내 꿈을 펼쳐라’를 부르겠다고 다섯 팀이 의견을 냈지만, 매니저가 제비뽑기에서 뽑아줬어요. 제 절실함을 전할 수 있는 하늘이 주신 기회 같았죠.”

“사실 지금까지는 제 노래를 하기 바빴어요. 최고가 되고 싶었고요. 어렸기 때문에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꿋꿋한 소녀 같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하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그동안 받은 큰 사랑의 소중함을 알았어요. 술 취한 아저씨께서 영수증에 사인해달라고 했을 때 사실은 불쾌하기도 했는데 쉬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어요. 모든 게 감사한 거더라고요.”

윤하는 쉬는 동안 제빵에도 관심을 가졌다. 팬들과 다 함께 빵을 만들어 나누어 주는 등의 봉사 활동을 하고 싶어서다. 지금도 틈틈이 연습 중이다.



▶ 노래하는 윤하, “모두에게 힘이 되고 싶다

데뷔 9년 차인 그에게 과거와 지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도 가수를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엔 마냥 좋아서 시작한 음악이었어요. 많은 분께서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주셨으니 이젠 제가 누군가에게 쓰일 수 있을 때까지 곁에서 힘이 되고 싶어요. 예전엔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 반대죠.”

가수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일단은 ‘하지 마’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 제 아버지께서 그러셨어요. ‘하지 말라고 해도 할 놈은 다 한다’고…저도 비슷해요. 순간적으로 현혹될 수 있잖아요. 마냥 멋지고 좋아 보이니까요. 그래도 어떤 꿈을 꾸든 이루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윤하는 오는 28일 서울 광진구 악스코리아(AX-Korea)와 8월 11일 부산 롯데호텔 아트홀에서 컴백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그는 이번 콘서트를 “청각적 쾌감이 가득한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며 함께 즐겨 줄 팬들에게 “하이힐을 신고 오지 말라”고 당부했다.

무대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윤하는 가수 활동을 오래오래 지속하고 싶다는 욕심을 밝혔다.

“시간이 지나서 각자의 삶을 사실 텐데,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모든 팬의 기억 속에 제 이름이 유쾌한 단어가 되길 바랍니다.”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위얼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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