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3년, 스마트폰만 만나면 작아지는 인텔

입력 2012-08-03 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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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2년 1분기 국내 전체 PC 출하량은 193만 대로 전년 동기 206만 대 대비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전체 판매 예상 수치는 670만 대로 작년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매년 200~300만 대씩 증가해오던 국내 전체 PC 출하량에 제동이 걸린 셈. 작년 수준과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도 불분명하다. 하반기 인텔 3세대 코어 프로세서(아이비브릿지)의 출시와 SSD 가격 하락으로 인한 노트북 구매 수요 증가와 디아블로3 등 대작 게임 출시로 인한 가정 및 PC방의 데스크탑PC 교체가 이루어졌을 경우에나 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하반기 전체 PC 출하량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 새로운 모바일 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등장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사실 모바일 기기가 시장에 선보인 초반에는 PC 시장을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예상되지 않았었다. 모바일 기기의 성능이 계속 발전하면서, 문서 작업이나 이메일 확인, 인터넷 검색 등 간단한 작업은 이제 굳이 PC를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성능의 발전과 더불어 LTE의 등장으로 빨라진 이동통신 데이터 전송속도도 웬만한 유선인터넷 못지 않은 상황. 포스트PC 시대가 멀지 않아 보인다.

모바일 시장을 향한 인텔의 잔혹사

스마트폰 열풍과 태블릿PC의 등장은 프로세서(CPU) 시장에도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PC와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는 지금까지 경계선이 분명했다. 하지만, 포스트PC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경계선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칩셋(GPU) 전문 제조사였던 엔비디아가 모바일용 ‘테그라’ 프로세서를 출시하고,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선보이는 이유도 같다. 이에 PC 프로세서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인텔도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세울만한 성적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텔의 모바일 프로세서를 향한 도전기는 시간을 거슬러 2010년 1월 7일부터 10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진행됐던 ‘CES 2010’부터 시작된다. 당시 인텔은 LG전자와 협력해 만든 스마트폰 ‘GW900’을 행사장에서 시연했다. 이 스마트폰은 인텔이 준비했던 모바일 운영체제 ‘미고’와 아톰 프로세서에 기반한 ‘무어스타운(Moorrstown)’ 플랫폼 등을 탑재해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 출시되지는 못했다. 성능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전력 관리가 제대로 안돼 사용 시간이 길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이 선보였던 MID(Mobile Internet Device)도 마찬가지였다. MID란, 휴대용 인터넷 장치(Mobile Internet Device)란 뜻으로, 휴대성이 강조된 인터넷 검색용 기기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관련기사: MID를 기억하십니까? - http://it.donga.com/plan/2579/). 몇몇 제조사에서 관련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반짝 출시에 지나지 않았다.

무어스타운의 참패 이후, 인텔은 지난 2011년 9월 13일부터 15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인텔 개발자 회의 2011(Intel Developers Forum, 이하 IDF 2011)’에서 다시 한번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텔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 CEO와 구글 앤디 루빈(Andy Rubin) 모바일 부사장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 것. 이는 곧 인텔이 자사가 독자 개발/추진하고 있던 모바일 운영체제(미고 등) 및 모바일 생태계 등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그리고 지난 2012년 1월 10일부터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2(Consumer Electronics Show 2012)’에서 인텔은 새로운 모바일 기기용 프로세서(메드필드) ‘Z2460’을 발표했다. 이 프로세서는 32nm 재조공정으로 만들어졌으며, 동작 속도는 1.6GHz 정도. 싱글코어 프로세서지만, 하이퍼쓰레딩 기술을 탑재해 듀얼코어처럼 동작한다. 성능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모토로라와 레노버와의 협력을 발표했다. 현장에서 레노버의 리우 준(Liu Jun) 수석 부사장은 아톰 Z2460을 탑재한 ‘레노버 K800’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후 레노버 K800은 약 반년의 시간이 지난 6월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12’ 행사장에서 공개됐다. 인텔 아톰 Z2460 프로세서, 4.5인치 크기에 1280×720 해상도의 IPS 방식 LCD 디스플레이와 16GB 저장장치, 800만 화소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 이 제품은 중국 시장에만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현재 예약판매가 진행 중이다.

문턱 높은 모바일 시장

인텔이 시도했던 모바일 시장 진출은 크게 두 가지였다.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직접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그게 맞는 프로세서를 함께 개발하고자 했다. 하지만, 현실은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 포기하는 수준에 이르렀고, 하나 남은 프로세서도 시장에서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사용 시간이 발목을 잡는다.

인텔 입장에서는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모바일 프로세서는 PC처럼 전력을 무한정 공급받을 수 없다. 한정된 배터리 자원으로만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성능 위주’ 프로세서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즉, 성능과 전력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 지금까지 인텔은 이 밸런스를 모바일 기기 수준으로 낮추지 못했다. K800에 탑재된 아톰 Z2460이 그 잣대다. 인텔측의 발표에 따르면 전력 효율 성능을 상당부분 끌어올렸다고 하지만, 좀더 지켜볼 일이다.

메드필드 이후 선보일 모바일용 프로세서 클로버트레일도 준비 중이다. 클로버트레일 프로세서는 태블릿PC용 W시리즈와 스마트폰용 L시리즈로 선보일 계획. 두 제품 모두 32nm 제조공정으로 메드필드와 같다. Z2460 후속 제품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던 듀얼코어 Z2580 프로세서가 W시리즈로 출시될 전망이다. 클로버트레일은 2013년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22nm 제조공정의 태블릿PC용 클로버뷰와 스마트폰용 실버몬트로 대체된다.

무어스타운 실패 이후 인텔 모바일 프로세서는 다른 제조사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만을 남겼다. 레노버와 함께 하고 있는 이번 Z2460 탑재 K800의 성적표가 중요한 이유다. 이를 토대로 다른 제조사들과의 협력 관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세서 자체의 성능과 전력 효율에 기반한 안정성이 입증된다면, 레노버 이외에도 다른 제조사에서 관련 제품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PC 시장의 맹주 인텔이 모바일 시장에 뛰어든 결과가 궁금하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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