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갈 곳 없던 송대남 청주대 데려가 내 기술 전수… 런던金 장하구나”

입력 2012-08-0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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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학 대만대표팀 총감독

이 사람이 없었다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송대남(33·남양주시청)이 나올 수 있었을까.

1997년 청주대 유도부를 맡고 있던 박종학 대만국립체육대 교수 겸 대만대표팀 총감독(54)은 경민고 3학년인 송대남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1 때만 해도 유도를 곧잘 했던 송대남은 2학년 때부터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당시 대학유도 ‘빅3’인 용인대, 한국체대, 한양대가 그런 송대남을 데려갈 리 없었다. 자칫하면 유도를 그만둘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송대남을 이끌어준 사람이 박 교수였다. 대만에 있는 박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부진의 원인만 알아내면 좋은 선수가 되리라 믿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대남이는 재능이 뛰어난 데다 성실하기도 이를 데 없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981년 한국 유도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던 인물이다. 청주 청석고 감독 시절에는 ‘유도 천재’ 전기영 SBS 해설위원을 키워내는 등 지도자로서도 탁월했다.

“현역 시절 내 주특기였던 업어치기와 발기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대남이의 기술은 이미 대학 때부터 국내 최고 수준이 됐다. 체력이 문제였는데 훈련으로 극복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많이 혼냈다. 다행히 대남이가 잘 따라줬다.”

송대남은 스승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1999년 춘계전국대학 연맹전(66kg급), 2000년 전국체육대회(73kg급)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불운과 부상 탓에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대남이가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도 아쉽게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놓쳤을 때 나도 피눈물이 났다. 그래도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유도 선수로는 환갑인 나이에 세계 정상에 오른 제자가 너무 자랑스럽다. 내가 금메달 땄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다. 대남아, 수고했다. 그리고 고맙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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