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홍명보의 큰형님 리더십

입력 2012-08-0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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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속 따뜻한 가슴 10년 전엔 월드컵대표 주장 이번엔 감독으로 신화 창조
“여기저기서 찬사가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찬사를 절대 믿지 않는다. 모든 평가는 내가 한다. 감독인 내가 잘했다고 해야 잘한 것이고 내가 못했다고 하면 못한 것이다. 이번 승리에 우쭐하지 말고 계속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마지막 평가전을 3-0 완승으로 마친 뒤 선수들을 불러 모아 놓고 이렇게 강조했다. 승리에 기뻐하던 선수들의 얼굴엔 다시 비장함이 서렸다. 1승 1무로 가봉과의 B조 마지막 경기 전반을 마치고는 “여기서 패하면 우린 집에 가야 한다. 우리 꿈이 여기서 멈춰서야 되겠느냐. 더 열심히 뛰자”고 말했다.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했고 0-0 무승부를 기록해 1승 2무로 8강에 올랐다.

올림픽 태극전사들에게 홍 감독의 말은 곧 법이다. 상명하복의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하는 명령이 아닌 서로의 믿음에 기초한 ‘신뢰의 법’이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부터 함께한 선수들이 주축이라 ‘홍명보의 아이들’로 불리는 올림픽팀은 홍 감독을 믿고 따르며 즐겁게 춤을 췄고 이번에 사상 첫 올림픽 4강 진출이란 신화를 썼다.

불거진 광대뼈에 표정 없는 과묵한 얼굴. 강력한 카리스마의 홍 감독은 사실 가슴이 따뜻한 ‘큰형님’이다.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주저 없이 그에게 달려가는 이유다.

‘영원한 리베로’ 홍 감독은 대형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겸손한 노력형 지도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선수로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이후 ‘작은 장군’ 딕 아드보카트 감독과 핌 베어벡 감독 등 훌륭한 지도자 밑에서 코치를 하며 소통과 분석의 중요성을 배우고 실천했다. 5일 그동안 벤치를 지키던 ‘영국파’ 지동원(선덜랜드)을 선발 투입하고 미드필드부터 협력플레이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등 영국을 압도한 홍 감독의 준비된 전략 전술도 빛났다.

‘홍명보호’의 끈끈한 모습은 경기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직원들의 반응에서도 확인된다. 대회 때마다 NFC 직원 모두가 나와 손을 흔들어 주는 환송회를 해 준다. 식당 아줌마, 잔디 관리인, 경비원 등이 늘 웃으면서 인사하는 선수들에게 보내는 마음의 표시다. 홍 감독은 “대표팀의 경기력을 위해 노력하는 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으면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없다”며 항상 겸손하고 예의를 지킬 것을 주문했고 선수들이 진심으로 행동해 얻은 결과다. 격의 없는 행동으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 킬러 박주영(아스널), 부상을 감수하는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친 골키퍼 정성룡(수원)과 수비수 김창수(부산) 등 와일드카드도 홍 감독이 후배들과 ‘하나’ 될 성품을 중시해 뽑은 결과다.

홍 감독의 ‘소통 리더십’이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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