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 2관왕 도운 사재혁 역도화 우정

입력 2012-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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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힘!’ 똑같이 강원도가 고향인 두 남자는 이심전심으로 통해 우정을 나눠왔다. 역도 사재혁(왼쪽)이 건넨 역도화를 신고 금메달을 딴 사격 진종오, 두 사나이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출처|사재혁 카카오스토리

좌우 밸런스에 최적화된 역도화
절친한 사재혁 덕분에 무상공급

청천벽력 같던 팔꿈치 부상 소식
“금메달은 네 덕분” 우정의 위로


5일(현지시간) 런던 그리니치파크 왕립포병대기지 사격장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사격 남자 50m 권총 시상식에선 2개의 태극기가 게양됐다. 금메달은 진종오(33·KT), 은메달은 최영래(30·경기도청)의 차지였다. 한국사격이 단일 올림픽 동일 종목에서 2명의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사격장에서 이들이 신고 있던 신발은 여느 사격선수들의 것과는 달랐다. 진종오는 “(사)재혁이와의 인연으로 역도화를 신었다”고 털어놓았다. 런던올림픽 2관왕 진종오의 금빛 총성 뒤에는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역도 금메달리스트 사재혁(27·강원도청)과의 진한 우정이 있었다.


○사재혁이 소개한 역도화로 금·은

진종오가 역도화를 신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콜로라도의 미국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한 진종오는 한 선수의 신발을 보고 놀랐다. 그 선수는 역도화를 신고 경기를 치렀다. 당시에도 이미 세계 최고의 사수로 인정받던 진종오지만,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작은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평소 호형호제하던 사재혁에게 연락했다. 진종오는 강원도 춘천, 사재혁은 강원도 홍천이 고향이다. 둘은 강원도인재육성재단을 통해 맺은 인연으로 친한 사이가 됐다. 사재혁은 진종오의 사정을 듣고, 평소 자신의 역도화를 공급하던 업체에 진종오를 소개했다. 이후 그 업체는 진종오에게 역도화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진종오는 “역도화는 좌우의 밸런스를 잡는데 최적화돼 있어, 사격선수에게도 도움을 준다. 특히 신발이 편하기 때문에 장시간 서서 경기를 펼치는 사격선수에게는 안성맞춤이다”고 설명했다. 역도화의 효과를 확인한 그는 후배 최영래(30·경기도청)에게도 소개했다. 결국 둘은 런던 최고의 사수가 됐다.




○“재혁이가 어서 일어나길…”

런던에 온 뒤에도 진종오와 사재혁은 선수촌에서 자리를 함께 하며 우정을 나눴다. 진종오는 강한 자신감으로 뭉친 사재혁의 선전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2일 남자역도 77kg급 경기에 출전한 사재혁은 인상 2차 시기에서 오른쪽 팔꿈치가 꺾여 병원으로 후송됐다. 마침 사재혁의 동생 미용(25) 씨가 출산을 앞둔 상황이어서 주변의 안타까움은 더 컸다. 진종오 역시 가슴을 졸여야 했다. 결국 사재혁은 오른쪽 팔꿈치 내측 인내가 파열된 상태로 귀국길에 올랐다. 진종오는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는데…. 너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재혁이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어서 쾌유하길 바란다. 도움을 준 재혁이게게 고맙다”며 금메달의 영광을 ‘투혼의 역사’에게 돌렸다.

런던|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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