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있는 곳에 그가 있다…캡틴 구, 메달을 구하라

입력 2012-08-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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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스포츠동아DB

‘소리없는 영웅’ 구자철 스토리

홍명보 감독과 4년 호흡…이심전심 주장
한발 더 뛴 악바리, 궂은 일도 도맡아 해
공격P 없어 아쉬움…브라질전 한방 장전
“대표팀 체력이 문제라고? 아직 자신있다!”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4강의 위업을 이뤄낸 홍명보호는 8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브라질과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4강까지 올라오는 동안 ‘에이스’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의 역할이 컸다.

주장 완장을 차고,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악문 이로 뛰고 또 뛰었다.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어려운 순간에는 먼저 나섰다. 영국 단일팀과 8강전 승부차기에서 가장 부담스런 첫 번째 킥을 성공시켜 분위기를 이끈 것도 그였다. 그러나 브라질전은 다르다. 메달권을 목전에 둔 홍명보호다. 그간 ‘언성 히어로(Unsung Hero·소리 없는 영웅)’에 머물러온 구자철이 이번엔 주연을 꿈꾼다.


○이젠 팀을 위한 한 방

스승과 제자는 눈빛만 봐도 통한다. 그래서 감독이 원한 바를 말하지 않아도 정확히 선수단에 전달된다. 2009년 U-20월드컵부터 함께 해온 홍명보 감독과 구자철이다. 핵심은 팀(Team)이다. 언제, 어디서나 ‘모두’와 ‘함께’를 강조하는 홍명보호에서는 이름값도 필요 없고 독보적인 존재도 찾기 어렵다. 홍 감독은 “(구)자철이가 모든 걸 알고 있다. 올림픽 출격은 당연하다”고 했다. 구자철도 현 소속 팀의 임대 잔류 조건으로 올림픽 출전을 내걸었을 정도로 홍명보호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운명의 끈은 질겼다.

다만 딱 두 번 구자철은 홍 감독의 말을 거슬렀다. 영국전 직후였다. “선수단 체력 저하가 걱정스럽다”는 홍 감독의 말을 전해들은 구자철은 “우리 체력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느냐”고 했다. 그 만큼 자신 있다는 의미였고, 다른 차원의 이심전심이었다.

동기부여가 되지만 가슴 속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병역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 역시 구자철이었다. 올림픽 메달은 곧 병역 면제를 의미한다. 홍 감독도 이를 잘 알면서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런데 구자철은 4강행이 확정되자 ‘절친’ 기성용(셀틱)과 함께 라커룸에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틀었다. 또 한 번의 이심전심. 감독이 할 수 없는 퍼포먼스를 대신 한 셈이다.

그라운드에서 구자철의 역할은 눈부셨다. 멕시코(0-0 무) 스위스(2-1 승) 가봉(0-0 무)과의 대회 조별리그에서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선 그는 영국전에선 왼쪽 윙 포워드로 나서 공격을 조율했다. 하지만 아직 공격 포인트는 없다. 멕시코, 스위스전에서 한 차례씩 골대를 맞춘 게 전부다. 2% 아쉬움이 남는다. 이젠 결정력을 가다듬을 때다. 브라질전 한방을 위해 구자철은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런던(영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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