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전 승리의 두 주역
박주영에게 지난 1년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지난해 8월 꿈에 그리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좀처럼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벤치워머’로 전락한 한국의 축구 영웅은 현지 팬들의 비판과 끊임없는 이적설에 시달려야 했다. 병역 연기 논란까지 겹치면서 국가대표팀에서도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올림픽 출전에 대한 여론은 당연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손을 잡아준 건 홍명보 감독이었다. 홍 감독은 6월 기자회견에서 궁지에 몰린 박주영의 곁을 끝까지 지켰다. 그는 “박주영만 한 선수는 없다”는 말로 제자를 향해 아낌없는 신뢰를 보냈다. 이날 골은 “박주영이 군대를 안 가면 내가 대신 가겠다”며 박주영을 감싸 안았던 홍 감독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후반 12분 박주영의 헤딩 패스를 받아 쐐기골을 터뜨린 ‘캡틴’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한일전의 또 다른 영웅이었다. 그는 박주영의 골이 터지기 전 경기의 흐름이 일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몸을 던지는 태클을 시도하면서 동료들을 독려했다. 밝은 성격으로 대표팀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구자철은 준비된 주장이다.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월드컵에서부터 주장을 맡아 팀의 구심점 노릇을 했다. 지난해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에 이적하며 잠시 올림픽팀을 떠났지만 잠시도 머릿속에서 올림픽을 지우지 않았다. 1월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뒤에는 5골을 터뜨리며 팀의 2부 리그 강등을 막았다. 소속팀에서도 팀을 이끄는 실력을 보여줬다. 그에게선 지난해 태극마크를 반납한 박지성(퀸스파크레인저스)의 모습이 연상된다. 박지성이 스스로 노력하고 우수한 기량을 발휘해 동료들을 이끈다면 구자철의 리더십은 선수 한 명 한 명을 세심히 챙기는 ‘화기애애’형이다. 축구관계자들은 “구자철은 언제나 솔선수범하고 동료선수들의 화합을 유도하는 게 탁월해 차세대 캡틴으로 손색없다”고 평가한다.
유럽에서 더 큰 선수로 성장하려는 꿈을 갖고 있는 구자철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은 그를 한일전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로 평가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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