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 3D 포지션? ‘마님’은 딱 내 스타일!

입력 2012-08-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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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포지션이라 ‘3D 업종’으로 불린다. 그러나 롯데 포수 강민호(왼쪽)는 “그래도 역시 포수가 좋다”고 한다. 스포츠동아DB

9년간 안방마님 지킨 롯데 강민호의 포수사랑

“타점 1위보다 팀 방어율 2위 뿌듯”
롯데 ‘투수의 팀’ 변신의 일등공신

올 101경기 중 96경기 출장 불구
“‘포수 체력’은 따로 있다” 너스레
“스트레스, 긍정적 마인드로 잡죠”


야구에서 포수를 흔히 ‘안방마님’이라고 부른다. 상대보다 1점을 더 내고, 1점을 덜 줘야하는 경기에서 홈을 지키는 수문장이기 때문이다. 비중도 크다. 마운드 위에 서있는 투수와의 호흡뿐만 아니라 경기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롯데 강민호(28)는 포수의 중요성을 9년간 체감해온 선수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선수로 자리매김했고, 올해는 이대호(30·오릭스)가 빠진 팀에서 공격까지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솔직히 난 공격에 많은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책임감이 없는 것이 아니다. 20일까지 타격에서 타율 0.282·17홈런·61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는 팀내 1위다. 특히 올해 4번타자로 출장해 6홈런 2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해결사로서 역할도 충실히 수행중이다.

그럼에도 강민호가 “공격보다 수비가 우선”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유는 ‘타자로서 잘 치면 팀에 보탬이 되지만 포수로서 실수를 하면 팀이 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방망이보다 펜을 들고 매 경기를 복기하고 상대팀 전력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국가대표 포수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상대팀의 좋은 흐름을 끊고 우리 쪽으로 흐름을 가져오는 부분에서 약하다”며 욕심을 부린다.

안방마님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타력의 팀이었던 롯데가 올해 투수의 팀으로 거듭났다. 20일까지 팀 선발진 방어율이 3.75(삼성 3.78·2위)로 전체 1위, 구원진은 3.27로 삼성(2.81)에 이어 두 번째다. 투수들의 성장도 한 몫 했지만 함께 배터리를 이루는 강민호의 효과적인 투수리드를 빼놓을 수 없다. 정작 본인은 “내가 잘했다기보다 우리 팀 투수들이 이제 이기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고 공을 돌렸지만, 팀 내 타점 1위보다 팀 방어율(3.56)이 전체 2위라는 얘기에 더 기뻐하는, 영락없는 포수였다.

사실 상황은 여의치 않다. 올해 마스크를 쓰고 총 101경기 중 96경기를 뛰었다. 가뜩이나 체력소모가 심한 포지션에서 많은 경기까지 소화하고 있으니 지치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시즌을 치르다보면 ‘경기체력’이 생겨서 괜찮다”며 개의치 않고는 “힘들어서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혼자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본다”고 귀띔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도 단연 최고다. 경기 결과가 좋으면 투수 덕, 안 좋으면 포수 탓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그도 “야구장에서는 최대한 즐겁게 지내려 한다. 아니면 스트레스 때문에 살 수가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그마저도 웃음으로 승화하려 애쓴다.

“저도 ‘만약 포수가 아니었다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 안 했겠어요. 근데 역시 포수가 좋더라고요. 야구를 오래 할 수 있고(웃음). 포수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리니까 그만큼 책임감도 큽니다. 이제 30여 경기 남았으니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해야죠.”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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