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케이 “힙합계 베토벤? 난 발음좋은 래퍼!”

입력 2012-08-27 15: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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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가수 케이케이. 사진제공|달과별뮤직

최근 첫 메이저 싱글 ‘스탠바이’를 발표한 힙합가수 케이케이(KK·김규완·29)는 ‘힙합계 베토벤’으로 통한다.

중이염으로 초등학교 때 왼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잃었지만, 뛰어난 음악성으로 곡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쪽 귀로만 음악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집중력이 더 필요한 법이다. 그는 ‘속사포 래퍼’ 아웃사이더의 ‘피에로의 눈물’, ‘주인공’ 등을 프로듀싱했다.

케이케이에겐 ‘힙합계 베토벤’ 외에 특이한 것이 더 있다. 거의 모든 음악인들이 밤 시간에 작업을 하지만 그는 아침에 일어나 낮에 작업을 하고, 자정 무렵에 잠자리에 드는 ‘직장인형’ 가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생활로 인해 케이케이는 소속사 달과별뮤직 식구들로부터 ‘모범생 래퍼’로 불린다.

“아침 8, 9시에 일어나고, 잠은 새벽 1시에 잔다. 작업은 아침에 일어나서 한다. 1년 전부터 이렇게 했는데, 남들 직장 다니는 것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해봤더니 좋더라. 건강에도 좋고. 건강한 육체에서 음악을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 난 ‘직장인 스타일’인 것 같다.”

케이케이는 실제 생활도 ‘모범생’이다. 술은 원래 잘 못했고, 담배는 27살에 처음 배워 1년가량 피우다 1년 전 완전히 끊었다.

힙합음악은 사회적 메시지, 적당한 반항기가 미덕일 수 있다. 더욱이 음악인은 고독하고 아프고, 사랑해야 ‘감성’이라는 예술의 에너지가 생기는 법이다.

하지만 케이케이의 이 같은 생활은 예술가치곤 너무 ‘건전해’ 보인다.

“난 생각하는 바를 랩으로 푼다. 일상생활에서 얻는, 생활밀착형 힙합이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야 왜 없겠느냐만, 음악으로 선동하려 하지는 않는다. 나도 음악으로 선동받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음악 그 자체가 좋다.”

케이케이는 중학교 때 ‘엑스틴’이란 힙합그룹의 공연을 보며 랩에 매료됐다. 2003년부터 서울 홍익대 일대 클럽을 중심으로 언더에서 활동하다 2008년 스나이퍼 사운드와 계약을 맺었다. 이번이 첫 메이저 음반이다.

이번 싱글 ‘스탠바이’는 케이케이가 작사, 작곡한 세 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앨범 제목처럼 자신의 색깔을 세상에 알릴 준비를 마쳤음을 공표하는 음반이다.

케이케이의 랩은 기존 래퍼들과는 달리 단어 하나하나가 음을 가지고 있어 마치 노래하는 듯하게 들리는 ‘멜로디 랩’이다. 가사집이 필요 없을 만큼 정확한 발음으로 아나운서와 같은 전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케이는 어려서부터 발음을 또박또박 하는 게 좋아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습관을 들였다고 한다.

“힙합은 가사 전달력이 좋은 음악인데, 요즘 힙합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가 그런 걸 깨고 싶다. 그래서 부모님 세대도 좋아하는 힙합음악을 만들고 싶다.”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은 ‘시월에 핀 붉은 꽃’으로, 2009년 교제했던 옛 연인이 결별 후 6개월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일을 바탕으로 만든 곡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에 진심을 담은 가사가 인상적이며, MC스나이퍼가 피처링 래퍼로 참여했다.

“음악을 통해 받았던 느낌과 감동을 나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이번 음반으로 ‘멜로디 랩’을 알리고 싶고, 내 음악은 ‘부모 세대도 좋아하는 힙합’으로, 나는 ‘발음 좋은 래퍼’라는 걸 알리는 게 목표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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