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훈이 7일 사직 한화전 2회 중월2점포를 쏘아 올린 뒤 담담한 표정으로 홈 플레이트를 밟고 있다. 올해 스물다섯 살인 그는 많지 않은 나이에도 굴곡진 야구인생을 경험한 신고선수 출신이다. 사직|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매경기 타석에 집중”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2006년 현대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정식 선수가 되지 못했다. 프로 유니폼을 입고 훨훨 날아오르겠다던 꿈은 일단 포기. 그해 11월 일반 보병으로 입대했지만, 2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뒤에도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창원 양덕초등학교 야구부 코치로 일하면서 용돈을 벌었고, 야구가 아닌 다른 미래를 고민했다. 이때 모교인 용마고 박동수 감독(현 NC 육성팀장)이 제자를 다시 야구장으로 이끌었다.
2009년 3월, 고민 끝에 다시 배트를 잡았다. 높아만 보이는 프로의 문을 다시 두드리기 위해서였다. 그 간절함이 통했던 걸까. 다행히 고향팀 롯데가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2번째 신고선수가 된 정훈(25)은 결국 2010년 2월 롯데의 정식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생활이 이어졌고, ‘이’가 아닌 ‘잇몸’ 역할을 해야 했지만 팀에 공백이 생길 때마다 충실히 메우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때로는 누구보다 빛나는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7일 사직 한화전도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롯데가 2-0으로 앞선 2회말 2사 1루. 이날 1군에 복귀한 정훈이 타석에 섰다. 곧바로 선발 유격수로 기용한 양승호 감독조차 홈런까지는 기대하지 못했을 터. 그러나 정훈은 한화 선발 김혁민의 초구 바깥쪽 낮은 투심패스트볼(시속 142km)을 걷어 올려 사직구장 한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쐐기 2점아치를 그렸다. 6월 23일 잠실 LG전의 솔로포 이후 76일 만에 터진 시즌 2호포. 2군에서 보낸 절치부심의 시간을 증명하는 강렬한 복귀 신고였다. 그가 경기 후 남다른 감격을 감추지 못했던 이유다.
정훈은 “3번째로 2군에 내려가기 직전인 8월 16일 사직 SK전 1사 만루서 삼진으로 돌아섰다. 그 후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스스로 위축된 데다 9월 확대 엔트리에도 못 들어서 홀로 고민도 많이 했다”며 “2군에서 부족함을 많이 배운 것 같다. 묵묵히 열심히 했고 2군에 계신 모든 코치님이 배려해주셨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오늘 잘한다고 내일 잘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매 경기 집중해서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양 감독 역시 “2군에서 고생하고 올라온 정훈이 적재적소에 홈런을 쳐줘서 큰 도움이 됐다.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박수를 보냈다.
사직|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