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주의 품격…일본 입맛 사로잡다

입력 2012-09-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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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키바의 한 대형마트에서 막걸리를 고르고 있는 일본 여성고객. 하이트진로가 현지화 마케팅인 글로컬 전략으로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등 한국의 술이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제공|하이트진로

■ 일본 애주가들 진로 소주에 매료

깔끔한 맛과 향…차 종류와 잘 어울려
섞어 마시기에 딱…소주 칵테일 인

술집선 보관해 마시는 고급 술 대접도

“소주탄산와리 한 잔 드실래요?”

일본 도쿄 시내의 한 작은 이자카야(일본식 주점). 하이트진로 주식회사 이승열 정책홍보총괄 부사장은 직접 소주에 탄산수와 얼음을 섞은 술을 ‘제조’해 기자에게 내밀었다. 마셔보니 소주 특유의 향이 탄산 사이로 살살 올라오면서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간다. 소주를 부담스러워 하는 여성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한국의 소주가 일본인의 애주 목록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988년 설립된 일본법인 진로(주)의 2011년 매출액은 235억엔(3370억원)이나 된다. 외국계 기업 중에서 일본 주류기업 톱10(9위)에 든 회사는 진로가 유일하다.

700ml 진로 소주. 사진제공|하이트진로



● 700ml 소주, 키핑하며 마시는 ‘귀한 몸’

실제로 도쿄의 대형마트에서 진로의 주류 제품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진로는 일본시장에 한국보다 다양한 20여종의 주류제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막걸리는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다. 진로 외에 경월소주 등 한국의 주류 제품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진로 소주의 경우 360ml(2홉)가 대부분인 한국과 달리 700ml 병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린다”고 소개했다. 700ml 진로 소주의 마트 가격은 780엔(1만1000원). 이자카야 메뉴에는 2000엔(2만9000원)으로 적혀 있었다. 한국보다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그래서인지 술집에 가면 손님이 남긴 700ml 진로소주를 보관하는(키핑)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일본에서 한국 소주는 고급양주 수준의 대접을 받는 ‘귀하신 몸’인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재료 고유의 맛을 중시해 섞거나 비비는 음식을 꺼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술만큼은 섞어 마시는 것을 즐긴다. 가장 큰 이유는 독주보다는 저도주를 선호하는 음주 스타일 때문이다.

일본에서 팔리는 한국소주의 도수는 대부분 25도이다. 20도 이하의 소주가 인기 있는 한국보다 오히려 도수가 높다. 하지만 25도 소주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소주에 다양한 재료를 섞어 희석시켜 마시고 있다.

일본 애주가들이 소주를 즐기는 가장 흔한 방법은 물을 섞거나 얼음을 넣어 마시는 것. 또는 두 가지를 모두 넣어 마시는 것이다. 이 밖에도 우롱차, 녹차, 탄산수, 과일즙 등을 소주에 타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서는 술자리에서 일반적인 이른바 ‘소폭’(맥주에 소주를 섞은 폭탄주)은 일본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 소주에 이것저것 다양한 재료를 타서 마시는 일본사람들이지만 맥주는 섞지 않는다. 반면 막걸리에 맥주를 타서 마시는 경우는 있다고 하니 그 맛이 궁금할 따름이다.


● 한국 소주의 매력? “깔끔한 단맛이 최고”

한국 소주가 이렇게 일본 애주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사람들은 ‘깔끔한 맛과 향’, ‘차 종류와 잘 어울려서’, ‘일본소주에 비해 단맛이 강해서’ 등을 한국소주의 매력으로 꼽았다.

한국 소주를 즐겨 마신다는 미야케(34·도쿄)씨는 “일본 소주는 향이 진해서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제한적인데, 한국소주는 거의 모든 음식과 조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한국 뮤지컬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일본인 주부는 기자에게 트위터를 통해 “한국에서는 삼겹살, 찌개와 즐겨 마시지만 일본은 오징어, 과일안주와도 곧잘 소주를 마신다. 다만 한국 드라마처럼 스트레이트로 소주를 마시는 것은 일본사람들에게 무리”라고 귀띔했다.

도쿄|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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