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대현의 공은 타자 앞에서 변화무쌍하게 꿈틀거린다. ‘SK 수호신’, ‘여왕벌’로 불렸던 그가 이제 과거를 뒤로 한 채 ‘대장 갈매기’로 SK와의 PO를 앞두고 있다. 정대현(오른쪽)이 9일 두산과의 준PO 2차전 승리 직후 포수 용덕한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남다른 회전…커브, 투심패스트볼 같아
높은 릴리스 포인트, 싱커 위력 극대화
공궤적 그때그때 달라 최강 땅볼투수로
희귀한 스타일 상대타자들 적응 어려워
롯데의 준플레이오프(준PO) 승리에는 정대현(34)이 있었다. 1·2차전 연속 세이브에 이어 4차전 구원승까지 정대현은 준PO 3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4차전 정대현의 2이닝 4탈삼진 퍼펙트 투구는 ‘예술구’의 향연이었다. 시속 130km대 중반의 언더핸드 투수에게 두산 좌타자들은 쩔쩔매며 헛방망이를 돌려댔다. 롯데 ‘양떼불펜’은 준PO 3승을 다 거뒀다. 24.1이닝에서 단 1개의 홈런도 맞지 않았고, 방어율 2.22를 기록했다. 그 중심엔 ‘대장 갈매기’ 정대현의 존재감이 빛난다. 친정 SK도 정대현을 깨야 롯데를 이긴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 어떤 위기가 닥쳐도 차가운 투수 정대현은 SK-롯데의 PO에서 가장 ‘핫한’ 사나이다. 도대체 정대현은 왜 강한 것일까.
○정대현은 ‘빠른 공’을 던진다!
스포츠동아 이효봉 해설위원은 14일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으로 정대현의 구속을 빠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단언했다. 직접 상대해본 타자들이 “빠르다”고 말하는 데 핵심이 있다는 얘기다. 정대현이 여느 130km대 투수들에 비해 훨씬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타이밍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의 언더핸드 투수들에 비해 정대현은 투구 시 팔 스윙에서 릴리스 포인트까지의 동작이 아주 간결하다. 게다가 팔을 많이 틀어서 던지는 까닭에 공의 회전력이 남다르다.
아울러 SK 김상진 투수코치는 “정대현의 커브는 직구처럼 들어온다. 회전이 꼭 직구 같다”고 말한다. 포수 미트에 들어와 봐야 공이 가라앉는 투심패스트볼인지, 떠오르는 커브인지 판명되니 타자들은 소위 ‘공 보고 공 치기’가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정대현의 릴리스 포인트가 사이드암 투수에 버금갈 만큼 높다는 점도 타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투구 포인트가 높기에 정대현의 결정구 싱커의 위력은 그만큼 극대화된다.
○정대현은 ‘다양하게’ 던진다!
정대현이 투심, 싱커, 커브만 던진다고 구종이 단조롭다고 말하는 것도 ‘착시현상’이다. 이효봉 해설위원은 “정대현이 언젠가 말하길 ‘싱커는 120km에서 135km까지 구속을 조절할 수 있다. 커브도 구속과 떠오르는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들려줬다. 여기에 제구력이 탁월한 정대현은 타자의 몸쪽과 바깥쪽을 찌를 수 있으니 팔색조 구종을 갖춘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위원과 김상진 코치가 이구동성으로 “정대현은 팔 회전에 따라 같은 구종이라도 궤적이 달라진다”고 평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정대현의 투심도 떨어지는 공이니까 홈 플레이트에 그냥 들어오는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 평상시 투심 위주로 가다 결정적 필살기로 싱커를 던지는 정대현은 당대 최강의 ‘땅볼투수’다.
○정대현은 딱 한번 보여주는 ‘타짜’다!
이효봉 위원은 정대현이 불펜투수인 점도 경쟁력으로 꼽았다. “선발이면 4번까지 상대해 면역이 생길 텐데, 정대현은 1경기에 1번이 전부다. 1년에 몇 번 못 보는 투수다. 연습하고 싶어도 정대현 같은 투수가 없다”고 적응의 어려움을 밝혔다. 게다가 정대현은 아주 냉정하고 침착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 이 위원은 “한국시리즈, 올림픽에서 마무리를 했던 정대현에게 준PO는 ‘나들이’ 수준이었을 것이다. 준PO만 보고 정대현을 대단하다고 하면 오히려 속상해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