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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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인생, 생각만 해도 짜릿하죠? 제 인생은 운이 좋게도 그랬습니다.

2008년 신고선수로 삼성에 입단했을 때, 제 목표는 정식선수였습니다.그저 열심히 뛰기만 했던 저를 코치님들이 예쁘게 봐주셨고, 2009년 정식선수가 돼 1군 경기(23게임)에 출전했습니다. 2010년에는 구단의 배려로 상무에 입단해 병역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사실 2008년 전까지는 모든 게 어렵기만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지명을 받지 못했고,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 진학해 4년간 열심히 뛰었지만 프로의 벽은 높기만 했습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2번이나 미지명 고배를 마시고 난 뒤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해온 게 야구였고, 할 줄 아는 것도 야구밖에 없었습니다. 신고선수여도 야구만 할 수 있으면 상관없다는 생각에, 계약서에 주저 없이 사인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제대(2012년) 후 진갑용 선배님과 함께 1군에서 뛸 수 있게 됐고, 전담포수로 (윤)성환이 형, (배)영수 형과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물론 전 아직 가진 것보다 앞으로 채워야 할 게 많은 새내기 포수입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한 포지션만 고집했을 만큼 포수를 좋아합니다. 포수를 하길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봐도 ‘최고’인 삼성 투수들의 공을 받고 있으니까요. 형님들 공 하나하나가 제게는 큰 공부입니다. 삼성에 오기도 잘 했습니다. 감독님 덕분에 한국시리즈(1차전 선발 출장) 무대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어깨는 무겁습니다.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더 필사적으로 준비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있습니다. 제가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제 앞에선 “잘 했다” 한마디만 하시고 친구 분들께 아들자랑을 신나게 하시는 부모님의 어깨를 더욱 더 들썩이게 만드는 일일 테니까요.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