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아! 7차전 불펜에서라도 던지려 했는데…”

입력 2012-11-0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김광현은 포스트시즌에서 완전치 못한 몸으로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1승씩을 거뒀다. 우승을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에이스의 귀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스포츠동아DB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의 못다한 KS이야기


사흘만의 등판이겠지만 꼭 나가려 했다,
내 몸보다 팀 우승이 더 간절했기에…
2009년 벤치서 본 KIA전 패배 충격
이젠 공 던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몸관리 올인, 내년엔 다 보여줄거예요


사실 가을잔치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를 ‘변수’로 분류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았다. 김광현(SK)이 플레이오프(PO) 1차전 선발로 예고되자, 의외라는 반응도 있었다. 어깨부상과 재활. 기복이 심했던 투구내용….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했지만, 어느덧 ‘에이스’의 지위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자신을 세상에 알린 2007년의 가을처럼, 이번에도 찬바람과 함께 충격파를 던졌다. 포스트시즌(PS) 3경기에 선발 등판해 12.2이닝 2승무패, 탈삼진 17개, 방어율 3.55. 비록 한국시리즈(KS)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돌아온 에이스’는 다부진 각오로 내년 시즌을 내다보고 있다.


○‘개인만 생각하면 안 던져야하지만…’

1일 삼성과의 KS 6차전을 앞둔 잠실구장. 김광현은 7차전이 열리길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1차전부터 5차전까지 다 9회말 공격을 안했잖아요. 오늘도 우리가 홈이니까, 말 공격 없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그는 10월 29일 4차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뒤 “한 번 더 기회가 온다면, 중간(불펜)에서라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만약 7차전에서 투입됐더라면, 사흘 휴식 만에 등판이었다. 어깨부상의 여파로 아직 회복력이 완전치 않기 때문에 무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그는 7차전 등판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솔직히 이기적으로 제 자신만 생각하면 안 던져야죠. 하지만 막상 나가면 달라요. 저도 승부욕이 있고 이기고 싶으니까….” 비록 6차전에서 KS가 종료되면서 7차전 등판은 불발됐지만, 그는 에이스의 책임을 다할 기세였다.


○‘공 던지는 것만도 행복. 내년엔 보여줘야죠.’

김광현은 2009년 KIA와의 KS에서 부상으로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결국 SK는 7차전에서 6회초까지 5-1로 앞서다가 마운드의 과부하를 절감하며 패했다.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다가 동점이 되고나서 그냥 일어났어요. ‘나가고 싶다, 던지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몸이 아프니까…. 상대가 (제가 강했던) KIA라서 더 아쉬웠죠.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것 같아요.” 올 시즌 재활 때문에 뒤늦게 1군에 합류했지만, 김광현은 16경기에서 8승(5패)을 거두며 팀에 큰 보탬이 됐다. “부활 말고 ‘귀환’이라는 표현을 써주세요. 잠깐 안드로메다 다녀온 셈으로…. 제가 죽었다가 살아난 것은 아니잖아요. 원래 숨은 쉬고 있었는데.(웃음)” 진솔하고도 유머러스한 특유의 입담이, 딱 철옹성이던 시절의 김광현으로 돌아와 있었다. “몸 관리 열심히 해서 올해 못 보여준 것, 내년엔 보여줘야죠.” SK는 비록 우승트로피를 놓쳤지만, 에이스를 되찾으며 2012시즌을 마무리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