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가 다시 태극마크를 단다. 2013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향한 당찬 포부를 밝힌 삼성 이승엽. 스포츠동아DB
“후배 박병호에 미안해…대신 최선 다할것
2009년 불참…이번 WBC 성적으로 사죄
주장은 진갑용 형…이번 팀워크 기대된다”
그의 별명은 ‘국민타자’다. 프로리그에서의 성적만으로 가질 수 있는 호칭은 아니다. 이승엽(36·삼성)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고비마다 한방을 터트렸다. 그 활약에 힘입어 야구대표팀은 제1회 WBC 4강,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의 쾌거를 이뤘다. 태극마크를 달 때마다 더 뜨거워졌던 그의 방망이는 이제 2013년 제3회 WBC를 정조준하고 있다.
○“(박)병호에게 미안하다”
제3회 WBC 대표팀의 예비 엔트리 선발과정에선 1루수 포지션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이승엽이 이대호(오릭스)·김태균(한화)과 함께 이름을 올린 가운데, 2012시즌 홈런왕이자 MVP(최우수선수)인 박병호(넥센)가 탈락했다. 이승엽은 6일 “사실 후배 (박)병호에게 미안하다. 아마 우타자들이 많아서 좌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내가 뽑힌 것 같다. 지금은 내가 외국에서 뛰는 것도 아니고, 태극마크를 반납할 이유가 없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뿐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2009년 WBC 불참의 아쉬움
이승엽의 의지가 남다른 이유는 그가 2009년 제2회 WBC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있던 2008년 45경기에서 타율 0.248을 기록하며 생애 최악의 시련을 겪었다. 그해 일본시리즈 7경기에서도 타율 0.167에 그쳤다. 결국 요미우리는 3승4패로 우승을 내줬다. 이승엽은 “일본시리즈가 끝나자마자 구단에 WBC에 나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기 때문에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인식(KBO 기술위원장) 감독님과 몇 차례 말씀을 나누면서도 거절할 수밖에 없어 죄송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제는 힘보다 노련함으로 승부
2009년 WBC를 떠올리면 아쉬움이 앞서지만, 2006년 WBC는 그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이승엽은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의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WBC 초대 홈런왕(5개)-타점왕(10개)에 올랐다. “이제 7년 전 얘기잖아요. 20세에서 27세가 된 게 아니라, 31세에서 38세가 되는 것이니까…. 힘은 좀 떨어졌지요.” 좋은 기억들을 다시 한번 떠올릴 법도 하지만, 국민타자는 우선 자신의 몸을 낮췄다. 그러나 “그 때보다 야구를 보는 시야는 넓어지지 않았겠나. 그런 판단력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제3회 WBC 대표팀의 팀워크도 탄탄할 것”
야구대표팀은 각 팀의 스타급 선수들이 모인다. 확실한 구심점과 목표지향이 없다면, 팀 워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대표팀에서도 고참급인 이승엽의 리더십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승엽은 “주장은 (진)갑용(38·삼성)이 형이 있지 않나. 나는 갑용이 형의 보좌관 역할을 할 것이다”며 우선 주장 역할은 사양했다. 이어 “그간 국제대회에서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선수단 내에 불화나 트러블이 있었다면,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번에도 좋은 팀워크가 될 것이다. 나 역시 개인, 팀이 아닌 국가를 위해 뛴다는 생각뿐이다”며 태극마크에 대한 자긍심을 표현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