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단 선정 ‘007 작전’
1. 내일 소집 당일 ‘접선’ 장소만 통보
2. 평가위원 모이면 제 3의 장소 이동
3. 휴대전화 압수 외부 입김·로비 차단
4. 심사의견 공유 못하게 좌석도 분산
5. 11일 KBO 이사회때 결과 첫 공개
“평가위원들도 자신의 평가 외에는 결과를 알지 못한다.”
프로야구 10구단 주체 선정 작업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미 7일 부영-전북과 KT-수원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순차적으로 10구단 회원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가운데 10일 운명을 가를 평가위원회가 소집된다. 그런데 평가 과정부터 결과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칠 계획이어서 눈길을 모은다.
우선 KBO가 이미 추려낸 평가위원 20인 안팎의 면면도 비밀이다. 현재 KBO의 위촉을 받은 평가위원들도 자신이 평가위원이라는 사실만 알 뿐, 다른 평가위원은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다. 이뿐만 아니다. 평가위원회가 소집되고, 프레젠테이션(PT)이 열리는 장소도 비밀이다. KBO는 평가위원회 소집 당일 오전 평가위원들에게 ‘접선’ 장소를 알릴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서울 시내’라는 사실만 공지했다. 평가위원들이 약속 장소에 모이면 버스를 타고 제3의 장소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언이다.
평가위원들은 오전 9시30분쯤 평가가 이뤄질 장소에 도착한다. 이때 휴대폰부터 압수된다. 귀가할 때 돌려준다. 이미 평가위원들에게 공지했고, 양해를 구했다. 10구단 신청서를 제출한 양측의 입김과 로비로부터 평가위원들을 철저히 격리해 공정한 심사를 하겠다는 의도다.
KBO는 또 평가위원들끼리 심사 도중 의견을 공유하거나 대화하지 못하도록 자리들도 멀찍이 떨어뜨려 배치할 계획이다. KT-수원, 부영-전북 관계자들 또한 이날에서야 평가 장소를 통보받는다. 이날 오후 진행될 PT 때 처음으로 평가위원이 누구인지 확인하게 된다.
평가 결과는 철저히 밀봉된다. 외부는 물론 평가위원들에게도 공개되지 않는다. 결국 평가위원들은 자신의 평가 외에는 다른 평가위원들의 평가 및 전체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KBO는 11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처음으로 결과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KBO 이사회가 평가위원회의의 평가와 심사를 놓고 심의한 뒤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구단주 모임인 총회에서 10구단 주체를 최종 승인한다. 그러나 각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들이 그룹 윗선에 보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10구단을 선정해야 하는 사실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구단주 모임인 총회까지 평가 결과를 비밀로 유지하자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평가 결과 공개에 대한 다른 부담감도 존재한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선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맞겠지만, 극단적인 예로 평가 결과가 20-0 등 일방적으로 갈릴 경우가 문제다. 패한 쪽의 기업과 지자체에는 치명적 상처가 될 수도 있다. 후폭풍이 거세질 수도 있다. 그래서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끝까지 비밀을 유지해야 옳은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