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선수생명 걸고 다시 토미존 수술대

입력 2013-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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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잠수함 투수 권오준은 국내투수 중 그 누구도 받은 적 없는 3번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앞두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토미존 3번째 수술 권오준의 독기

통증 심해 구단 만류 불구 수술 결심
팔 인대 이미 고갈…다리 인대 이식
“마지막 도전…잘 되겠죠” 강한 집념


삼성 투수 권오준(33)이 다시 수술대에 오른다. 일명 ‘토미존 서저리’로 불리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기 위해서다. 같은 부위의 같은 수술. 그것도 국내투수 중 누구도 시도한 적 없는 3번째 토미존 서저리다. 그로서는 선수생명을 건 도전이다.

권오준은 21일 일본 도쿄 인근의 군마현으로 날아갔다. 22일 입원한 뒤 23일 이토 박사의 집도로 수술을 받는다. 두렵고 착잡할 법도 하지만, 그는 국제통화에서 씩씩하게 말했다. “아직 젊잖아요. 제가 토미존 수술을 세 번 하고도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면, 다른 선수들에게도 하나의 길을 제시하는 거잖아요. 수술 잘 하고 오겠습니다.”

권오준은 이미 2차례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1999년 삼성에 입단하자마자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에 극심한 통증을 느껴 첫 수술을 받았다. 피나는 재활훈련 끝에 재기에 성공해 삼성 마운드의 핵으로 자리 잡았지만, 다시 시련이 닥쳤다. 인대가 파열돼 2008년 재수술을 해야만 했다. 모두 미국 LA에서 토미존 서저리의 창시자로 알려진 프랭크 조브 박사로부터 수술을 받았다. 2차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는 것도 국내에서는 그가 처음이었다.

힘든 시간을 보낸 권오준은 지난해 마침내 시속 140km대 중반까지 구위를 회복했다. 46경기에 등판해 1승3패10홀드, 방어율 2.85의 성적을 올리며 다시 필승방정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늘은 다시 그를 주저앉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훈련하던 도중 팔꿈치에 통증이 찾아왔다. 국내 병원에서 찍은 MRI(자기공명영상) 필름을 프랭크 조브 박사팀에 보냈다. 12월 중순 “인대가 60% 정도 손상됐지만,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신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통증은 날로 심해졌다. 결국 구단에 “다시 수술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구단은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할 때도 아프다. 120일 넘게 재활했는데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구단은 지난주 일본의 병원을 찾아줬다. 지난해 6월 임창용(당시 야쿠르트·현 시카고 컵스)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병원. 수술을 집도할 이토 박사는 “일본에서도 3차례 수술 받은 선수들이 많다”며 수술을 권했다.

권오준은 첫 수술을 할 때는 오른쪽 손목의 인대를 떼어 오른쪽 팔꿈치에 이식했다. 두 번째에는 왼쪽 손목의 인대를 떼서 심었다. 이젠 팔에는 이식할 인대도 남아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권오준은 “이번엔 다리의 오금 쪽 인대를 떼어낸 뒤에 팔꿈치에 심는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에 휩싸일 법도 하지만 권오준은 “두 번이나 수술해봤는데 세 번이라고 못 하겠느냐”며 웃었다. 수술보다 더 고통스러운 재활훈련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만약 선수생활이 끝나면 재활훈련을 안 해도 된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해보겠다. 잘 될 것이다”며 재기에 대한 강한 집념을 토해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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