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재기 노리는 K리거] 김태윤 “따봉이 위해 아빠도 롱런 해야죠”

입력 2013-02-1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인천 김태윤이 8월 세상에 나오는 자신의 2세를 위해 2013시즌 화려한 부활을 선언하고 나섰다. 스포츠동아DB

작년 이적 후 조급함에 위축 벤치 시련
김남일·설기현 형 격려에 자신감 회복
정인환·이규로 떠나 수비부담 더 막중
8월엔 아빠, 재기 위한 확실한 동기부여
최고의 시즌후 아내와 웨딩마치 약속도


인천 유나이티드 중앙 수비수 김태윤(27)은 2005년 성남 일화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상무 제대 후 2011년 주전 중앙 수비수를 꿰찼다. 안정된 환경 속에서 만족스러운 삶을 누렸다. 김태윤은 “항상 성남에서만 생활했다. 다른 환경에서 축구하는 게 겁났던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정든 팀을 떠난다는 건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김태윤은 2012시즌을 앞두고 인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새 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가치를 인정해준 인천 구단에 고마움도 느꼈다. 모든 것이 장밋빛이었다. 2012년 동계 전훈부터 주장 정인환(현 전북현대)과 짝을 이뤘다. 3월4일 제주에서 열린 원정 개막전에서 풀타임 활약했다. 후반 막판 골을 터뜨리며 6년여 만에 골 맛을 봤다. 인천 홈 개막전(3월11일)에서 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2경기 모두 패하며 6실점했다. 18일 대구 원정을 끝으로 한동안 선발에서 배제됐다. 정인환과 이윤표가 중앙 수비로 출전했고, 김태윤은 간간이 경기에 투입됐다. 16경기 1골. 김태윤은 “인천에 왔을 때 많은 기대를 안고 왔다. 잘 뛰려고 했는데 조급함을 부렸던 탓인지 경직됐고 경기력도 나빴다. 자연스레 위축됐다. 시즌 초반 팀이 계속 지니까 사기도 떨어지고 내 탓인 것 같아 자신감도 없었다”고 말했다.


○따뜻한 위로

인천은 지난 시즌 김봉길 수석코치를 새 감독으로 맞아 7월부터 상승세를 탔다. 무패 행진을 달리며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변했다. 그러나 김태윤은 벤치에서 묵묵히 그라운드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9월에는 단 1경기도 나서지 못하는 부진이 이어졌다. 그는 “내가 경기에 뛰지도 못하면서 왜 이적 했을까 후회도 했다. 그러나 경기력이 떨어져 못 뛰었기 때문에 후회보다는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베테랑’ 김남일과 설기현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설)기현이형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으니까 서두르지 말고 하던 대로 열심히 해라’고 했고, (김)남일이형도 ‘너가 제일 잘 한다’고 기를 살려줬다”고 전했다. 11월 들어 3경기에 출전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신태용 전 성남 감독도 든든한 우군이었다. 떠나보낸 제자를 위해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김태윤은 “2013년 안부 인사를 전할 겸 신 감독님께 문자를 넣었다. 그랬더니 정신 차려서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 하시더라”고 웃었다.


○막중한 역할

인천은 올 시즌 수비라인에 변화가 생겼다. 정인환과 이규로를 떠나보냈다. 수비 조직력이 헐거워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태윤은 수비 불안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선수들 몇 명 빠졌다고 위기는 아니다. 수비는 4명으로 하는 게 아닌 전원이 하는 것이다. 인천은 선수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짜여있다. 새 선수들이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태윤은 이윤표와 새로 가세한 안재준 등과 중앙 수비를 책임진다. 역할이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이)윤표형과 대화도 많이 나누고 항상 붙어 다닌다. 친하게 지내고 있어 호흡 문제는 없다. (안)재준이형과도 친해지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팀에 헌신적인 자세도 보였다.

“작년에 아쉽게 상위(A) 그룹에서 떨어졌다. 올 시즌은 상위그룹에 올라서고 싶다. 개인적으로 부상 없이 팀을 위해 경기에 나가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근사한 선물

김태윤은 작년 부진을 딛고 올 시즌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이전과는 달리 확실한 ‘동기부여’도 있다. 아내 뱃속에서 무럭무럭 커가고 있는 ‘따봉이’(태명)의 존재감이다.

“올 해는 프로 생활을 시작한 여느 해와 분명 다를 것이다. 8월 아빠가 된다. 따봉이가 아빠가 축구선수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라도 오랫동안 축구를 해야 한다. 훈련부터 먹는 것까지 여러 가지 신경을 쓰고 있다. 분유 값도 벌어야 하고(웃음).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크다.”

그는 동계 전훈으로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아내와 아기에게 수줍은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따봉이는 엄마 뱃속에서 아무 탈 없이 잘 커서 나왔으면 좋겠다. 아빠가 멋진 세상을 선물해 주고 싶다. 건강하게만 자라주렴. 항상 자신보다 나를 먼저 걱정하고 챙겨주는 아내도 너무 고맙고 미안해. 시즌 멋지게 치러서 12월 근사한 결혼식도 올리고 행복하게 살자. 사랑해.”



김태윤?


▲생년월일: 1986년 7월 25일

▲키/몸무게: 181cm/76kg

▲포지션: 수비수

▲학력: 풍생중-풍생고

▲프로경력: 성남(2005∼2006) 광주(2007∼2009) 성남(2009∼2011) 인천(2012∼)

▲대표경력: 올림픽대표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