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50일간 4개국 떠돌이 재활

입력 2013-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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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에이스 김광현은 어깨 통증 때문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합류마저 사양한 채 재활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50일새 4개국을 맴도는 방랑자가 됐다. 그만큼 재활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 이만수감독은 왜?

몇년간 어깨통증…중요한 재활 시기
최근 단계별 투구까지 소화 했었는데
오키나와서 중도귀국 훈련 효율 반감
계속된 떠돌이 재활로 마음의 상처만


재활의 성과는 쌓이지 않고, 항공 마일리지만 쌓이고 있다. SK의 ‘에이스’ 김광현(25)과 ‘안방마님’ 박경완(41), ‘필승불펜’ 엄정욱(32)의 얘기다. SK는 19일 “일본 오키나와 조기캠프에서 훈련 중인 김광현, 박경완, 엄정욱이 재활에 전념하기 위해 중국 광저우 퓨처스(2군)팀 캠프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19일 귀국한 이들은 비자를 발급받은 뒤 22일 중국으로 떠난다. SK 구단 관계자는 “현재 오키나와 캠프는 실전 위주로 돌아간다. 경기에 뛸 몸 상태가 안 되는 선수들은 ‘게임조’와 분리시켜달라는 이만수 감독의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만수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이만수 감독 지시로 50일간 4개국 떠돈 에이스

김광현과 엄정욱은 1월 3일 채병용, 박정배, 박희수, 송은범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으로 재활캠프를 떠났다. 당시 김광현의 어깨 상태는 근래 가장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의 체성분 테스트에서 탈락해, 플로리다 베로비치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결국 김광현은 1월 25일 동료 투수 5명과 함께 중도 귀국했다. 하지만 추운 날씨 때문에 국내서 재활을 진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SK는 오키나와로 조기전훈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11일 이들을 출국시켰다. 체성분 테스트 탈락으로 국내서 훈련하던 박경완, 최영필, 전유수와 무릎 부상 중인 김강민 등도 조기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18일 SK선수단 본진이 오키나와에 도착한 직후, 채병용과 전유수는 게임조에 합류했다. 이 감독은 “김강민, 최영필, 송은범 등도 조만간 게임조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광현, 박경완, 엄정욱은 선수단과 떨어졌다. 이로써 김광현, 엄정욱은 50일새 미국, 한국, 일본, 중국 등 4개국을 오가게 됐다. 박경완 역시 한·중·일 3국을 순회하며 재활을 이어간다. 프로야구 역사상 유례 없는 일이다.


○김광현의 떠돌이 재활, 무엇이 문제인가?

김광현은 올 겨울 야구인생에서 중대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어깨통증을 앓아왔던 그는 지난 연말 수술과 재활 사이에서 갈등했고, 미국서 정밀검진을 받은 끝에 재활을 택했다. 몸만들기에만 집중하기 위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도 빠졌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한다면, 이만수 감독과 구단은 김광현이 차분하게 재활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최근 50일새 4개국을 방랑(?)해야 하는 처지다. 1월 25일 미국에서 돌아온 다음에는 시차적응에만 며칠이 걸렸고, 그 이후에는 차디찬 국내서 땀을 흘려야 했다. 그나마 국내보다 기후조건이 좋은 오키나와에서 조기전훈이 시작된 뒤 상황은 나아졌다. 최근까지는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를 성공적으로 소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광현은 19일 또다시 중도귀국하면서 22일까지 사흘간 국내서 체류해야 한다. 물론 국내서도 담금질을 이어가겠지만, 훈련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ITP 과정에서 사흘간의 공백이 있으면, 그 전의 몸 상태를 만드는 데 약 일주일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재활 전문가들은 “재활은 몸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도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리저리 훈련장소를 옮겨 다니면서 선수들의 자존심에는 더 큰 생채기가 생겼다. 김광현뿐 아니라 이만수 감독과의 면담 이후 SK 잔류를 선언한 박경완 역시 마찬가지다. 이만수 감독은 “이번 조치가 선수들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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