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상대와 3년 전쟁…신치용 감독의 양수겸장

입력 2013-03-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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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V7를 이끈 장인과 사위 신치용 감독(앞)과 박철우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 인천|박화용 기자

삼성화재 V7를 이끈 장인과 사위 신치용 감독(앞)과 박철우가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 인천|박화용 기자

“승리 도취해 경거망동 말라” 겸손 장군이오!
“여자부 봤지? 1점에 목숨을” 준비 장군이오!


흔히 감독은 3종류로 나뉜다. 경기를 앞두고 준비를 철저히 하는 감독, 경기 도중 놀라운 전술과 상황대처 능력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감독, 경기 뒤 신상필벌을 잘해서 선수들의 신망을 받는 감독 등이다. 명장(名將)이라면 이 3가지를 모두 갖춰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갖추기 힘들다. 감독은 많지만 좋은 감독을 찾기 힘든 이유다.

신치용 감독에게 물었다. “3개의 감독스타일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가.”

신 감독의 답은 첫 번째였다.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경기를 잘 할 수도 좋은 결과를 만들 수도 없기에 신망을 받기도 어렵다.”

신 감독은 어떤 시즌보다 이번 챔프전을 앞두고 긴장했다. 삼성화재는 몇 년 째 빤히 드러난 전력이었다. 그것도 같은 상대와 3년 연속 치르는 챔프전. 시즌 6차례 대결에서 모두 이겼지만 그래서 더 두려웠다. 힘과 힘이 부딪치는 승부에서 상대는 마음을 비웠다. 져도 부담이 없었다. 감독도 아닌 대행감독과의 경기였다. 전무와 과장의 대결이다. 신 감독은 삼성화재에서 전무급 위치지만 김종민 감독대행은 과장직급이다.

1차전. 승리에 대한 부담을 느낀 선수들은 허둥거렸다. 첫 세트를 내주면서 간신히 이겼다. 경기 뒤 감독은 베테랑 3명을 따로 불렀다. 각자에게 해주고 싶은 뜻을 확실히 알렸다. “어린 선수들이 승리에 도취해 경거망동하지 말게 하고 겸손하게 2차전을 준비하라.” 모든 선수들과 일일이 대화하지 않는 그만의 소통방법이었다.

2차전은 더 고전했다. 경기는 이겼지만 졸전이었다. 선수들도 인정했다. 감독은 “이겨서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베테랑 석진욱이 1세트 도중 상대와 충돌한 뒤 오른 무릎에 통증을 느끼면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물망 수비에 구멍이 생긴 이유였다. 우승결정전은 버티기 싸움, 에이스의 대결이라는 지론대로 신 감독은 밀고 나갔다. 그의 판단과 선택은 옳았다. 라커룸에서 감독은 석진욱에게 한 마디를 했다. “선수가 나이 들어서 두 번째 동작을 못하면 배구를 그만둬야 한다.”

많은 말이 필요 없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플레이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선수들을 애정으로 감싸지만 절대로 정을 주지 않는 사람. 사사로운 정이 생기면 은퇴시킬 때 걸림돌이 된다며 절대로 비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지 않던 감독이었다.

3차전이 벌어지는 28일 오전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전날 여자부 챔프전을 언급했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4세트 24-21에서 한 점을 내지 못해 대역전패를 당한 기업은행이었다. “어제 경기 봤지. 1점이 결국 그렇게 됐다. 우리가 1점 1점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세터 유광우에게는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할지 잘 판단해라” 고 지시했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표정을 강조했다. “코트에서는 웃어라. 아프다고 힘들다고 찌푸리면 모두에게 전염된다. 서로 믿고 웃으면서 하라.”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들은 마침내 우승컵을 들었다. 또 한 번의 헹가래. 용인 심성화재 훈련장 벽에는 그동안의 우승을 기념하는 대형 현수막이 14개 있다. 실업배구 시절 8시즌 우승과 V리그 6번 우승의 훈장이다. 이제 현수막이 하나 추가됐다. 또 다른 벽에는 두 개의 사자성어가 있다. 신 감독이 좋아하는 글이다. 겸병필승(謙兵必勝)과 신한불란(信汗不亂). 겸손한 병사는 반드시 이기고 땀을 믿으면 흔들림이 없다.

인천|김종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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