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People]황선홍, 부산서 3년, 포항서 3년…마침내 완성한 ‘스틸타카’

입력 2013-04-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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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의 힘은 ‘팀’에서 나온다. 외국인 선수 없이 순수 국내파로 스쿼드를 이뤘지만 탄탄한 조직력으로 상대를 위협한다. 스포츠동아DB

■ K리그 클래식 선두, 포항 스틸러스 감독 황선홍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포항 스틸러스가 가장 멋지게 증명해낸 문구다. 화려한 스타는 없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8라운드 현재 1위(5승3무). 짧은 패스 중심의 미드필드 축구와 짜임새 있는 조직력으로 한국판 ‘티키타카(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오간다는 뜻으로, 바르셀로나 축구를 뜻함)’로 불린다. 황선홍(45) 감독을 24일 포항 송라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감독 6년차, 여유가 생겨…변화도 신중히

바르샤식 패스축구 감독색깔 내는 데 3년

미드필더진 과부하? 대신 스트레스 안 줘


실수하면 며칠 지나서 얘기…칭찬은 바로

신뢰도 기다림의 미학…오래 보는 스타일


ACL서 시즌 첫 패배…쫓기지 않도록 격려


○시즌 첫 패배는 보약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5라운드에서 베이징 궈안에 시즌 첫 패를 당했다. 일각에서는 위기를 언급하는데.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경기는 이기기 위해 준비하지만 어떤 결과도 받아들여야 한다. 진 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다음 라운드도 있고. 어린 선수들이 많아 중심이 흔들릴 수 있다. 선수들에게 신경 쓰지 말고 경기의 질에 중점을 두라고 말했다.”


-패배 원인은.

“선제골 향방이 컸다. 카누테와 구에론 두 외국인 공격수가 좋아 수비에서 콤팩트하게 준비했다. 전반전은 좋았는데 후반 실점하면서 밸런스가 무너졌다. 심적으로 조급했다.”


-살인적인 일정으로 지칠 수 있다.

“4경기에 한번 꼴로 로테이션 주고 있다. 전체적인 흐름이 있어 중앙 미드필더는 바꿀 수가 없다. 지쳤다고 얘기가 나오는데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지쳤다고 하는 건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 황지수, 황진성, 이명주, 신진호의 과부하 우려도 있는데.

“우리는 미드필드를 장악해 패스축구를 한다. 중앙 미드필더가 빠지면 질적으로 떨어질 수 있고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은 오히려 많이 쉬면 경기력이 떨어지더라(웃음). 체력 약한 선수들이 아니다. 대신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노력한다. 경쾌하고 재밌게 축구하자고 말한다.”


-전북(27일)과 분요드코르(30일), 그리고 성남전(5일)까지 구상은.

“전북과 분요드코르는 전력을 풀가동한다. 성남전은 5일 간격이 있다. 두 경기에서 좋은 흐름 가져와서 성남전 치른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분요드코르전은 2골 이상 넣어야 16강에 자력 진출하는데.

“냉철하게 준비해야 한다. 마음이 앞서거나 심리적인 압박을 경계하고 있다. 쫓기지 않도록 주문한다. 여유 갖고 경기하면 우리 플레이 잘 나타나는데, 쫓기면 그렇지 못하다. 확실한 해결사가 없어 서두를 수 있다. 시간대별로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


○스틸타카 자리 잡다


-스틸타카(스틸러스와 티키타카의 합성어)는 어느 정도 자리 잡았나.

“매 경기 좋은 장면을 만들면 좋지만 발로 하는 운동이라 쉽지 않다. 유기적인 플레이나 원터치 패스가 경기 중에 많이 늘어나야 한다. 완급 조절하면서 공격 전개 과정에서 패스 장면 나오면 좋을 것이고. 모두 같은 마음 갖고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긍정적이다. 우리만의 스타일 구사할 수 있으면 보람된 것 아닌가(웃음).”


-지금의 축구는 언제 어떻게 나타나기 시작했나.

“부산에서 3년 하면서 꿈꿨던 축구가 지금의 것이다. 시행착오가 있어 감독 색깔을 내는데 3년이 필요하단 말이 있다. 선호한 선수들을 뽑고 팀을 만들어 가는 시간이다. 그런데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로 선수 뽑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 그 팀에 맞는 색깔을 찾아야 한다. 부산에서 2년간 포백 써봤지만 실패했다. 문전 마무리도 세밀함도 떨어졌다. 3년째에 시스템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부산 선수들에게 안 맞는 옷이었던 것이고, 억지로 꿰어보려 했다. 포항은 선수층이 나으니까 2011년 돼서 원하는 축구를 시도했다. 스타일은 변함이 없다. 2011년 당시 팬들의 질책 많았지만 변화 과정 속에 3년 차에 안착하는 것 같다.”


-패스 축구를 추구한 배경은.

“바르셀로나의 영향이 크다. 현대축구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매력적이었고, 우리나라에서 그런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 없었다. 포항 스타일에도 맞다. 그런데 분명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 한국축구의 장점은 속도다. 패스에 속도감을 덧붙였다. 패스 게임한다고 일본처럼 템포가 뒤처지면 안 돼서 점유율보다 전진 패스를 강조한다. 백패스는 성공률이 100%고 전진패스는 절반이다. 선수들에게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전진 패스를 강조한다. 선수들도 인식하고 다음 플레이를 빨리 생각하면서 좋아지고 있다.”


○합리적인 지도자상을 그리다


-어느덧 감독 6년차다. 지금과 첫 지도자 생활 때의 큰 변화는.

“여유가 많이 생겼다. 성적이 좋아서가 아니라 조금 더 기다릴 줄 알게 됐다. 경기 중에도 시즌 중에도 그렇다. 부산 때는 마음 안 들면 급격히 변화를 줬다. 그래서 실패했고(웃음). 지금은 신중하게 변화를 주려고 한다. 경기 중에 많은 걸 계산하지만 기다림이 길어졌다.”


-감독 초반 독선적이란 얘기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비춰졌는지 모르겠다. 이상적인 축구를 추구하니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그게 스트레스를 줬던 것 같다. 선수 눈높이 보다는 원하는 축구하려고 했었고. 선수 관리는 변함없다. 제 성격상 강성이 아니다(웃음). 합리적인 지도자 되고 싶다. 선수들한테 뭐라고 하기 보단 스트레스 받더라고 감수한다. 부산 때와 마찬가지다.”


-선수들과 소통 중시하시는데.

“선수들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자꾸 토론하는 것도 의견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몸은 쉬어도 머리는 깨어있어야 한다. 선수 때 느낀 점이다. 그래야 다음 플레이도 빠르게 생각할 수 있다. 판단이 느리면 좋은 축구 할 수 없다.”


-어떤 방법이 있나.

“가령 실수를 했을 때 며칠 지나서 그 일을 되묻는다. 순간 질책하기보다 생각할 시간을 많이 준다. 이후에 생각을 듣고 방향 제시해주고. 실수가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한다. 바로 얘기하면 그 순간 실망하고 말지만 기다리면 선수들이 많이 느낀다.”


-감독과 선수 간의 믿음은 어떻게 이뤄지나.

“작년에는 외국인 선수들 있고 자주 튀려고 해서 강하게 나갈 때도 있었다. 지금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믿음을 주고 있다. 말 한마디 힘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하고 성적이나 승패 부담 덜어주기 위해 감정 표현을 잘 한다. 칭찬하고 격려한다.”


-신뢰를 전하는 노하우는.

“가능성 있다고 하면 믿음을 준다. 선수를 오래 보는 스타일이다. 한 경기 안 된다고 빼거나 하지 않고 꾸준히 기회를 준다. 그 결과 팀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더욱 돈독해진 것 같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가 욕심 가지면 선수들이 부담 가질 것이고. 성적 내기 위해서 강하게 압박하면 즐겁게 축구하자고 했던 약속을 깨는 것이고. 신뢰를 잃고 만다. 시즌 끝나고 변하지 않았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고.”


-이상적인 지도자상은.

“항상 똑같다. 합리적인 지도자다. 항상 트러블이 생기는 건 과욕 때문이다. 누군가 더 많이 갖고 싶어 해서 싸우고 문제 생기는 건데,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 가는 지도자가 바람직한 것 같다. 우승 많이 하고 명장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이 협력해서 팀 만들어가는 것이 더욱 값지다.”

포항|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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