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이태양이 떴다

입력 2013-05-1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NC 마운드 위에 든든한 ‘태양’이 떴다. NC의 실질적 에이스 이태양이 9일 마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이태양의 역투 속에 NC는 한화전 5연패 끝에 첫 승을 따내며 이틀 연속 9회 역전패도 깨끗이 설욕했다. 창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한화전 6.2이닝 5K 2실점 뚝심투
팀 7승 중 3승 책임진 토종 에이스


느리게, 느리게. 그러나 날카롭게! 메이저리그에서 명투수였던 톰 글래빈의 직구 평균 스피드는 시속 137km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인통산 305승203패, 방어율 3.54의 위대한 기록과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9일 마산 한화전에 선발 등판한 NC 이태양(20)은 6.2이닝 동안 총 101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9km. 그러나 전력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태양에게는 최저 100km의 아주 느린 직구도 있었고, 110km대의 느린 커브도 있었다. 볼끝의 움직임이 좋은 느린 공이 정확히 미트에 꽂힌 뒤, 다시 130km대 초반의 직구가 날아들자 타자들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시속 130km대의 직구지만 체감구속은 더욱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선발 맞대결을 펼친 한화 바티스타는 직구가 151km, 슬라이더가 144km까지 나왔지만 3이닝 동안 5실점하고 강판됐다. 스피드건은 공의 속도를 측정할 뿐 위력은 나타내지 못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마운드가 평소보다 미끄러웠지만, 이태양은 6회까지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안타는 2개, 볼넷은 1개만 허용했을 뿐. 한화가 자랑하는 김태균에게 삼진 2개, 최진행에게 삼진 1개를 뽑아냈다. 7회 2실점했지만, 이태양은 6.2이닝 4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역투로 NC는 자칫 다시 한번 한화에 스윕 패를 당할 뻔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화에 5연패를 당한 끝에 거둔 값진 첫 승이었다.

이태양은 이날 시즌 3승째(1패)를 거두며 NC 선발진에서 최다승을 기록하게 됐다. 그는 시즌 전까지는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투구와 톰 글래빈처럼 ‘느림의 미학’을 앞세운 투구로 사실상 NC의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팀의 7승 중 3승이 그의 어깨에서 나왔으니, 이제 에이스로 불려도 손색없다.

NC 김경문 감독은 “이태양은 마운드에서 자신의 공을 믿고, 그 어떤 타자가 나와도 싸울 줄 아는 투수다. 그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며 큰 신뢰를 보였다. 이태양은 경기 후 “2경기 내리 역전패를 당해서 너무나 이기고 싶었다. 오늘 직구가 결정구였지만, 던질 수 있는 모든 공이 낮게 들어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 타자들이 비를 맞으면서도 집중력 있게 공격해 큰 점수차를 만들어줘 고맙다. 덕분에 마음 편했고, 맞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던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홈런 2방을 몰아친 NC의 대형 신인 나성범은 이날도 4회말 2타점 적시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창원|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