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지휘봉 잡은 휴즈-베니테스 감독의 운명은?

입력 2013-06-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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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축구계에서 명성이 높은 마크 휴즈(50)와 라파엘 베니테스(53) 감독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 소속 팀에서 ‘잘린’ 지도자들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2012~2013시즌 둘은 감독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구단의 일방적인 경질 통보였다.

그래도 금세 새 직장을 구했다. 행선지는 각각 달랐지만 또 한 번의 도전 기회를 얻었다. 단,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기에는 누군가 정말 억울할 것 같다. 한 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의) 성적을 내고도 쫓겨난 반면, 또 다른 이는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저조한 성과를 내고 지휘봉을 내려놓았으니 말이다.


● 같고도 다른 운명의 끝은?

휴즈 감독은 국내 팬들에게 상당히 낯익은 인물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 간 맹활약을 펼친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32)을 퀸즈파크레인저스(QPR)로 데려온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오직 박지성을 영입하기 위해 한국행도 마다하지 않는 정성을 보이기도 해 출발 당시 평가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뀐 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박지성 외에도 출중한 멤버들을 대거 사들였지만 ‘모래알’ 조직력에 QPR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12경기 연속 무승. 결국 해리 레드냅 감독에게 바통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QPR도 새 시즌을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맞게 됐다.

그에 반해 스페인 출신 명장 베니테스 감독은 애초부터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

휴즈 감독의 출발은 우호적인 분위기였던 것에 비해 그는 최악의 6개월을 보냈다. 2000년대 초중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는 등 리버풀의 전성기를 이끈 베니테스에 첼시는 처음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지나치게 빨리 전임 감독을 내쳤기에 어쩔 수 없이 데려온 인물로 밖에 비쳐지지 못했다. ‘붉은 유니폼(리버풀)’의 상징이었던 베니테스 감독에게 ‘블루(푸른색·첼시의 상징색)’ 팬들은 야유를 보내기 일쑤였고, 구단도 이를 바라보기만 할 뿐 사령탑 보호에 대한 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그래도 구원투수 역할은 충실히 했다. 휴즈 감독이 아무 것도 손에 얻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했다면 베니테스 감독은 모진 수모를 겪고도 UEFA 유로파리그를 평정했고, 아스널 등 수많은 라이벌들을 따돌리고 정규리그 3위로 이끌어 여전한 명성을 이어갔다.

그렇게 짧고도 길었던 한 시즌이 흘렀다. 2013~2014시즌을 준비한 이 시점. 둘은 나란히 감독 직함을 유지하게 됐다. 휴즈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베니테스 감독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새 팀을 찾았다. 각각 스토크시티와 나폴리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의 출발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스토크시티는 “좋은 선수들을 잔뜩 사들이고도 실패했던 휴즈 감독을 왜 데려오느냐”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나폴리는 구단과 서포터스가 모두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베니테스 감독의 부임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베니테스 감독은 2010년에도 인터 밀란을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어 안팎의 기대감은 상당히 높다.

어찌됐든 휴즈 감독은 스토크시티에서, 베니테스 감독은 나폴리에서 새 시즌을 맞이한다. 과연 이들의 끝은 어떻게 될까. 뒤바뀐 운명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누구도 모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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