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한국시간) 한국-레바논의 월드컵 최종예선이 열릴 스포츠시티스타디움 인근에서 얼마 전 총격전이 벌어졌다. 레바논 당국은 경기장 앞에 탱크와 장갑차 10여대를 배치하는 만전을 기하고 있다. 베이루트(레바논)|박상준 기자
경계대상 1호 안타르 중국리그 출전 위해 은퇴
주전 6명 승부조작 징계·이중국적 경기불참도
최강희 감독 “전혀 새로운 팀…방심은 금물”
어수선하다 못 해 이쯤 되면 콩가루 수준이다.
5일(한국시간) 한국과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을 갖는 레바논대표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작년 서울에서 열렸던 2차전 당시 출전 선수들이 대폭 물갈이 됐다. 독일 출신 테오 부커 감독이 내린 결단이 아니다. 손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부커 감독은 “이쯤 되면 한심한 수준이다”고 혀를 찼다. 그동안 레바논대표팀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표팀 최강희 감독은 레바논의 경계 대상 1순위로 로다 안타르(33·산둥)를 꼽았다. 독일 분데스리가 쾰른과 프라이부르크 출신의 장신(189cm)의 미드필더로 고공 플레이는 물론이고 기술이 좋은 선수다. 높은 수준의 경험과 관록이 쌓여 부커 감독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런 그가 돌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사정은 이렇다. 안타르는 3월 안방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경기를 앞두고 예상대로 안타르를 소집했다. 그런데 안타르는 대표팀 차출을 거부했다. 거액을 받고 뛰는 중국 프로축구 산둥의 리그 경기 출전을 위해 대표팀을 버린 것이다. 결국 레바논은 우즈베키스탄에 0-1로 패했다. 레바논은 그의 공백을 지울 수 없었다. 급격하게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압박을 이기지 못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돌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레바논 주전 6명도 징계로 출전할 수 없다. 레바논은 작년 승부조작으로 홍역을 치렀다. 각각 1∼3년의 징계가 내려졌다. 걸출한 스타들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안겼다. 특히 2011년 11월 한국에 ‘베이루트 참사’를 안겼던 간판 측면 수비수 알리 알 사디와 압바스 아트위가 모두 빠졌다. 술집과 길거리에서 흔하게 축구 유니폼을 입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운 레바논에서 많은 국민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최근 오만과 평가전에서 1골을 터뜨렸던 미국 출생의 수니 사드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이중국적 해석을 받지 못해 출전하지 못한다.
최강희 감독은 “전혀 새로운 팀이 됐다. 신체조건이 오히려 좋아 방심은 금물이다”고 말했다. 반면 부커 감독은 “한국과 레바논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래저래 난국인 레바논대표팀이다.
베이루트(레바논)|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