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대학배구, 드래프트싸움…왜?

입력 2013-06-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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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이견…속사정은 지원금 힘겨루기
대학배구,러시앤캐시 창단에 새 요구
“입단금 인상·지도자 연구비 30% 달라”
KOVO 부정적…최악땐 동의없이 지명


프로배구 V리그 2013 남자신인드래프트를 놓고 한국배구연맹(KOVO)과 대학배구가 큰 전쟁을 할 것 같다. 제7구단 러시앤캐시의 창단으로 빠른 시일 내 선수수급이 필요한 KOVO는 8월에 신인지명을 원한다. 대학은 10월 인천전국체전이 끝난 이후에 하자고 버틴다. KOVO는 최악의 경우 대학연맹 동의 없이 신인지명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결국은 돈 문제다. 현재 프로 드래프트가 어떻게 벌어지는지 알아야 이해가 쉽다.

지난해 신인지명을 한 구단은 1,2,3라운드 선수에 차등으로 돈을 지급했다. 선수가 받은 입단금(계약금)은 1라운드가 1억원∼1억2000만원, 2라운드 3000만원∼7000만원, 3라운드 1000만원이었다. 신인선수 연봉은 모두 3000만원으로 같았다. 프로 구단은 입단금과 같은 액수의 돈을 지명선수가 뛰었던 대학과 초중고교에 아마추어 지원금으로 줬다. 비율은 대학이 90%로 대부분을 가져갔다. 초중고교가 10%를 나눠가졌다. 2012년의 경우 초중고교가 프로구단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총 1억2000만원 정도. 대부분 배구공을 현물로 받았다.

2013신인지명 때부터는 배분비율을 바꾸기로 했다. 대학이 70%를, 초중고교가 30%를 가져간다. 초중고교 배구팀을 둔 학교는 당연히 환영하는 결정이었다.

대학은 분배구조가 복잡하다. 90%의 지원금 가운데 70%는 소속대학으로 갔지만 30%는 지도자연구비란 명목으로 감독에게 지급됐다. 이 지도자연구비가 여러 문제를 낳았다.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않았고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아 지난해 감사원이 조사를 했다.

농구와 배구가 대상이었다. 관련자들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몇몇 감독이 지도자연구비로 승용차를 사고 술을 마신 것이 적발됐다. 이 결과를 놓고 문화체육부에서 KOVO와 KBL(프로농구)에 지도자연구비 전부를 학교로 주라고 했다. 권고사항이었다. 당시 대학배구 감독들은 고교선수를 스카우트 하느라 이미 돈을 썼으니 올해만큼은 직접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까지만 현행대로 한다고 KOVO는 드래프트 시행세칙에 명기했다.

그런데 올해 변수가 생겼다. 러시앤캐시가 창단하면서 프로가 아쉬운 상황이 됐다. 대학배구연맹은 이를 기회로 생각했다. 입단금을 대폭 올리라고 했다. 1라운드 1∼3순위는 3억원, 4∼7순위는 2억5000만원, 2라운드는 1억원∼2억원, 3라운드는 5000만원으로 인상하라고 했다. 프로팀 입장에서는 신인선수 영입에 들어가는 비용이 대폭 오른다. 두번째 요구사항은 대학지원금을 입단금의 50%로 하고 지도자연구비는 현행 30%를 유지하라고 했다. 대학연맹은 또 월드리그 결승전에 대학감독 2∼3명의 참관비용도 요구했다.

프로구단은 대학연맹의 요구에 대해 부정적이다. 입단금의 액수도 문제지만 선수에게 주는 계약금과 초중고교 등 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금액을 늘리는 것이 배구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프로와 대학간의 선수를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로야구도 대학과 스카우트 전쟁을 했지만 결국 프로가 이겼다. 선수들은 하루라도 빨리 프로에 오고 싶어 한다. 선수로서는 프로행이 곧 취업이다. 돈도 인기도 생긴다. 프로가 앞서는 이유다. 신인드래프트를 놓고 양 측이 타협을 이뤄낼지 아니면 파국으로 갈지 궁금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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