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View]올 가을 잠실서 말 달리자…캡틴 이병규 오늘도 달린다

입력 2013-06-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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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다시 신바람을 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을야구까지는 갈 길이 많이 남았다. LG 팬들이 빛바랜 유광점퍼를 입고 잠실에 모일 그 날을 위해 캡틴 이병규가 가장 앞에서 뛰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LG 신바람 야구 부활 앞장 이병규


지난달 복귀 후 25경기 타율 0.348 13타점
역기 세리머니 등 오버액션…팀 분위기 UP
즐겁게 야구하자! 팀 3위까지 치고 올라가


아내보다 먼저 만난 LG…남은 꿈은 우승뿐
별명 ‘적토마’…우승하고 진짜 말 타봐야죠


LG의 ‘신바람 야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5월초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7위까지 내려앉았던 LG는 지난달 22일 대구 삼성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삼성과의 대구 3연전을 시작으로 총 6차례 3연전을 모두 위닝시리즈(스윕승 한 차례 포함)로 장식하며 3위까지 도약했다. 그 중심에 주장 이병규(39)가 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한 그는 팀이 힘겨운 길을 걸었던 지난달 7일 1군에 합류했다. 허벅지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수비에 부담을 갖고 있었지만 이진영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팀이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예정보다 합류시기를 당겼다. 그는 이후 9일까지 25경기에 출전해 시즌 타율 0.348(92타수 32안타), 13타점으로 팀이 상승세를 타는데 중심타자다운 활약을 선보였다. 개인성적뿐 아니라 덕아웃에서 후배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만드는 리더십을 발휘해 팀 분위기를 확 바꿔놓았다. LG의 ‘신바람 야구’ 부활에 앞장선 이병규가 말하는 LG의 달라진 점과 상승세의 비결을 들어봤다.


● “쌍둥이들 승리의 맛을 느끼고 있다.”

이병규는 “요즘 이기는 경기가 늘어나 기분이 좋고, 즐겁다. 야구할 맛이 난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최대한 덕아웃 분위기를 좋게 가져가려 한다. 경기 초반에 점수를 내줘 초반 분위기를 내줘도 선수들의 집중력이 좋아 타자들이 많은 점수를 뽑아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최근 역전승이 많아서인지 모두가 자신감을 갖고 있고, 지고 있어도 ‘찬스가 오겠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덕아웃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이병규는 자신의 합류 효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기사들을 보면 이병규 합류 효과에 대해 많이 나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뿐 아니라 선수들이 하고자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난다.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이기는 버릇이 생기면서 승리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돼 팀 성적이 좋아지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프로야구 한 관계자는 이병규의 타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3년은 더 해도 끄떡없겠다”라는 말을 했다. 그 정도로 이병규는 날카로운 타격솜씨를 뽐내고 있다. 그는 “매 타석에 집중하려고 한다. 출루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데, 그러다보니 안타가 많이 생산된다. 그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겸손 모드로 대답했다.


● “‘5월까지 -2’ 발언으로 감독님께 사과드렸다.”

그는 팀 성적이 좋지 않았던 지난달 중순 기자들에게 선수단의 목표를 공개했다. 그는 “승률 5할을 기준으로 패가 승보다 2경기 정도 많은 성적으로 5월을 마치면 부상자들이 돌아오는 6월에 충분히 반격을 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해주며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부분의 매체를 통해 기사화가 됐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LG는 5월 중순 이후 반격을 시작했고, 그가 얘기한 것처럼 LG는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을 마친 뒤 22승23패로 6월을 맞았다.

이병규는 “사실 그 인터뷰를 한 것은 실수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말한 것인데, 김기태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다. 선수가 그렇게 말하는 게 잘못된 것이었다. 마음속 생각을 던져서 기사가 났다. 코칭스태프 생각과 동떨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결과적으로 말을 뱉었으니 책임은 져야 했고, 나중에 (김기태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병규의 인터뷰에 대해 쿨한 반응을 보였다. 김 감독은 추후 기자들에게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그런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은 아주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 LG가 최근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선수들이 느끼고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고 칭찬했다.

LG 이병규. 스포츠동아DB



● “‘으샤으샤’ 세리머니 후배들은 민망해 한다.”

LG가 상승세를 타는 기간 동안 이병규가 주목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세리머니였다. 그는 세리머니 등 제스처가 큰 선수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19일 잠실 KIA전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한 뒤 1루에서 세이프 되자 역기를 드는 것과 같은 자세를 반복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또한 9회 수비 때는 아웃카운트가 하나씩 늘어나자 박수를 치며 기뻐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성향으로 볼 때 ‘오버 액션’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후 LG 선수들 사이에서 이병규의 세리머니가 유행을 했다. 그가 득점을 하고 덧아웃으로 들어오면 LG 선수들은 역기를 드는 듯한 자세로 주장을 맞이했다.

“유행을 탈지 몰랐다”며 민망하다는 반응을 드러낸 이병규는 “즐거운 마음에 했다. 분위기가 좋아지려 할 때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나도 즐겁게 하니까 너희들도 즐기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사실 오버했다. 근데 정성훈, 이진영, 박용택 등 몇몇 후배들은 창피하니까 이제 그만하라고 말렸다”고 후일담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의 오버 덕분이었을까. LG 덕아웃 분위기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최근에는 김용의가 홈런을 치고 거수경례를 하는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LG 덕아웃 분위기는 말 그대로 ‘잔칫집’이다.


● “목표는 우승! 한 번 더 속는 셈치고 지켜봐 달라.”

이병규에게 LG는 가족과 같은 의미다. 그는 “겉으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사회생활을 LG에서 시작했고, 그 덕분에 지금과 같은 생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와이프보다 LG를 먼저 만났다. 그래서인지 애틋함이 크다. LG가 항상 잘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다”고 말했다. 그에게 남은 목표는 오로지 우승이다. 다른 팀에서가 아닌 LG에서 꼭 우승을 해보고 싶다는 간절함을 갖고 있다.

그는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깨질 수도 있다. 팬들이 한 번만 더 속는다는 심정으로 지켜봐줬으면 한다. 한 후배가 얘기했듯 가을에 유광점퍼를 입을 수 있도록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목표는 오로지 우승이다. 우승을 한 번도 못해본 탓도 있지만 내가 17년간 몸담은 LG가 정상에 서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프로입단 후 가장 먼저 받은 ‘적토마.’ 만약 이번 시즌 우승을 차지한다면 그는 진짜 말을 타고 잠실구장을 질주하는 세리머니를 펼쳐보고 싶다고 했다. 너무 앞서가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 꿈을 반드시 실현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그는 경기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이병규는 “(문)선재, (김)용의, (오)지환이 등 어린 선수들 모두를 칭찬해주고 싶다. (정)의윤이, (이)대형이 등도 좋아지고 있다. 우승을 한 번만 경험하면 LG 선수들은 또 달라질 것이다. 팀은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그 날을 위해 선수들과 함께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다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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