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임신때도 골프 친 우리 엄마”

박인비. 사진제공｜IB월드와이드

■ 웨그먼스 우승 박인비 키운 ‘골프광 부모님’


한때 언더파 실력의 아버지
임신때도 클럽 잡은 어머니
“아빠 이기려 열심히 했었다”

골프유전자 덕분일까? ‘모태골퍼’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또 한번 일을 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가 미국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박인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 로커스트힐 골프장(파72·6534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총상금 225만 달러)에서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올 시즌 4번째 우승이자 지난 4월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이어 2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이다. 개인 통산 7승째다. 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를 연속 우승한 건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8년 만이다.

박인비의 폭풍 성장이 돋보인다. 최근 22개 대회에서 6승과 준우승 5회를 거두고 있다. 이대로라면 시즌 열리는 5개 메이저 대회(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에비앙 마스터스)를 독식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 5월 귀국했던 박인비가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가족들과 라운드하며 휴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박인비의 약혼자 남기협, 동생 인하, 어머니 김성자, 박인비, 아버지 박건규, 할아버지 박병준 씨. 사진｜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na1872

박인비의 힘은 무엇일까. 그 뒤엔 골프를 좋아하는 부모가 있다.

박인비는 초등학교 4학년 말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에 푹 빠져 살던 부모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골프를 접했다.

첫 대회에 출전한 박인비의 성적은 평범했다.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만난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50) 씨는 “3개월 만에 첫 대회에 내보냈는데 126타를 쳤다. 소질이 없는 줄 알았는데….”라고 회상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박인비는 1년 뒤부터 주니어 무대를 주름잡았다.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컵을 쓸어와 ‘공공의 적’이 됐다. 김 씨는 “당시 부모들 사이에선 ‘인비가 나오면 출전하나 마나’라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라고 자랑했다.

박인비는 ‘골프유전자’를 타고 났다.

특히 부친 박건규(52) 씨는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한때는 언더파 실력을 자랑할 정도로 대단했다.

김 씨는 “우리 부부는 골프를 정말 좋아했다. 얼마나 골프를 좋아했으면 인비를 임신하고 5개월 정도 됐을 때 출장을 간다고 둘러대고 골프를 치러 간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골프를 잘 치는 아빠 덕에 박인비는 더 열심히 했다.

박인비는 “어린시절 아버지를 이겨보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던 적도 있다. 그때는 아버지에게 배우는 게 많았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