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기자의 그린다이어리] 선수서 캐디로 변신한 지유진 “힘들어도 후배 뒷바라지 보람”

입력 2013-06-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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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 지유진. 사진제공|KLPGA

“아직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보람돼요.”

6월 16일.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경기가 열린 제주 엘리시안 골프장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2011년을 끝으로 KLPGA 투어를 떠난 지유진(34·사진)이 후배 조정민(19)의 캐디로 나섰다.

지유진은 1999년 프로가 된 뒤 2011년까지 13시즌 동안 KLPGA 투어에서 활동했다. 은퇴 전에는 선수회 대표로 활동하며 선수와 협회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2011년 필드를 떠난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하이마트 골프단 주장을 맡아 후배들의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하이마트에 소속된 선수는 모두 6명. 그는 13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조금 더 빨리 투어에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캐디는 후배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했다. 작년 3차례 나섰었고, 올해는 5월 두산 매치플치플레이와 에쓰오일 챔피언스에서 2번 백을 멨다. 캐디 경험이 없던 그에겐 힘든 일이다. 20kg 가까운 백을 메고 3∼4일씩 필드에 나선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작지만 그의 도움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올해 처음 캐디를 했던 두산 매치플레이에서는 김지현(22)이 5위에 올랐고, 에쓰오일 챔피언스에서는 조정민이 공동 11위를 기록하는 데 힘을 보탰다. 두 선수 모두 지유진과 함께 한 경기에서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 덕분인지 지유진에게 캐디를 부탁하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지유진은 현역 시절에도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2004년 동양화재컵 프로골프 최강전에서 한 차례 우승한 게 전부이지만 선수회 대표로 활동하며 후배들의 권익에 앞장서는 등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지유진은 “힘든 건 사실이다. 경기 중엔 잘 못 느끼지만 경기가 끝나면 온몸이 쑤실 만큼 힘에 부친다. 그러나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후배들의 지원군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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