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맞은 서울을 살린 영웅은 박희성(오른쪽)이었다. 박희성이 7일 성남과 홈 대결에서 상대 선수와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상암|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데얀 하대성 공백에 뽑아든 신예 박희성카드
거친 몸싸움으로 전반 PK 유도·어시스트
서울, 성남에 3-0 완승…최근 2연패 탈출
“울산전 끝나고 166시간을 고민했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7일 성남 일화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7라운드 홈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한 뒤 이렇게 말했다. 서울은 6월30일 울산에 0-2로 졌다. 최 감독은 꼬박 1주일 동안 머리를 싸맨 것이다. 그를 고민에 빠뜨린 것은 벤치멤버의 중용이었다. 데얀과 하대성은 부상, 고명진은 경고누적으로 이날 뛸 수 없었다. 성남을 못 이기면 순위싸움에 치명타가 된다. 최 감독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올 시즌 K리그에 1경기도 나서지 못한 신인 미드필더 이상협과 5경기 교체출전이 전부인 공격수 박희성을 선발로 낙점했다. 승부수는 보기 좋게 들어맞았다. 서울은 완벽한 경기로 성남을 3-0으로 누르고 최근 2연패에서 탈출했다.
● 난세에 영웅 났다
최 감독은 경기 직전 선수들에게 “난세에 영웅이 나오는 법이다”고 말했다.
난세에 영웅은 박희성이었다. 이상협도 풀타임을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보여줬다. 상대와 중원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을 서울로 가져온 선수는 박희성이었다.
박희성은 고려대 출신이다. 이름보다 별명인 ‘고대 앙리’로 더 유명하다. 하지만 별명에 비해 크게 눈에 띄는 활약상은 없었다. 또래들이 프로에 진출하고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박희성은 대학 졸업 후 올 시즌 서울에 입단했다. 시작은 좋았다. 3월9일 인천과 홈경기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간 직후 그물을 갈라 프로 데뷔득점을 기록했다. 아쉽게도 반짝 활약이었다. 이후 잊혀졌다. 최 감독은 경기 전 “희성이가 외국인 선수만큼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농담했다. 박희성은 피부가 검은 편이고 곱슬머리라 얼핏 보면 외국인처럼 보인다. 최 감독은 “희성이가 볼을 받아주는 능력이 상당히 좋다”고 기대를 보였다.
박희성은 펄펄 날았다. 전반 20분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 이를 김진규가 성공시켰다. 이어 터진 쐐기골도 그의 작품이었다. 전반 40분 김평래의 볼을 가로채 골문 앞까지 치고 나가 몰리나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줘 두 번째 골을 도왔다. 박희성은 후반 15분 김현성과 교체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최 감독은 “오늘 희성이 경기력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고 칭찬했다. 박희성은 “형들이 너무 잘 했다고 등을 두드려줬다. 친구들 중에 치고 나가는 선수들도 있지만 급하게 생각 안 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별명에 대해 묻자 그는 “제가 직접 지은 별명이다”며 “이 별명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고 당차게 말했다.
상암|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