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졌지만 잘 싸웠다. 8일 자정(한국시간)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FIFA U-20 월드컵대회 8강전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패한 우리 선수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 U-20 대표팀, 4강 만큼 값진 감동…그것이 팀이다
1. 연장 동점골…포기 모르는 불굴의 투혼
2. 서로의 실수 감싸안은 동료애
3. 이광훈·정현철 기막힌 교체투입 ‘이광종 매직 용병술’
이라크와 승부차기 끝 4-5…4강행 좌절
스포츠는 냉정하다.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하고, 달콤한 열매는 승자가 독식한다. 지금도 수많은 선수들이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문구 아래 구슬땀을 흘린다. 하지만 패자가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가 있다. 졌지만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을 때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 스포츠에는 감동이 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이 주목 받고 있다. 한국은 8일(한국시간) 이라크와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2-2 상황에서 연장후반 13분에 골을 허용해 패색이 짙었지만 연장후반 17분 교체 투입된 정현철이 종료직전 거짓말 같은 오른발 중거리포로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 갔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꿈꿨지만 기적은 거기까지였다. 한국은 승부차기 끝에 4-5로 패했다. 1983멕시코 대회 이후 30년 만에 꿈꾼 4강 신화는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오히려 찬사가 쏟아졌다. 국가대표팀의 볼썽사나운 설전에 상처 받은 축구팬들의 마음을 U-20 대표팀이 정화시켜줬다. 왜 팬들은 U-20 대표팀에 열광하는 것일까.
● 불굴의 투혼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 8강까지 5경기를 치렀다. 이 중 콜롬비아와 16강전을 뺀 4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줘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진짜 경기는 실점 후부터였다. 한국은 골을 내주면 따라잡고 내주면 따라잡았다. 쿠바와 조별리그 1차전은 2-1 역전, 강호 포르투갈과 2차전은 2-2 무승부였다. 콜롬비아와 16강전에서는 1-0으로 앞서다가 종료직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맥이 풀릴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기어이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하이라이트는 이라크와 8강전이었다. 이라크의 득점, 한국의 만회골이 계속 이어졌다. 2-2로 맞선 연장후반 13분에 3번째 골을 내주고 종료 3분 전 투입된 정현철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이 경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명승부였다. 팬들은 경기 내내 자리를 비울 수도 눈을 뗄 수도 없었다.
● 끈끈한 팀 정신
U-20 대표팀은 완성된 선수들이 아니다. 더 발전해야 할 미완의 대기들이다. 국가대표팀에 비해 경기력은 투박하고 서투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직력과 끈끈한 팀 정신만큼은 형들보다 나았다. 콜롬비아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송주훈은 “(골키퍼인) (이)창근의 격려로 고개를 들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라크와 8강전에서 김현이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한 뒤 고개를 숙이자 수비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달려와 어깨를 두드렸다. U-20대표팀의 16강전을 봤다는 국가대표 공격수 남태희는 “팀이 하나 된 모습을 TV로도 볼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사실 U-20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로 평가 받았다. 특별한 스타플레이어 하나 없었다. 그 때마다 이광종 감독은 “전 선수의 기량이 고른 게 큰 장점이다”고 강조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문구가 뭔지를 보여줬다.
● 귀신같은 용병술
이 감독의 귀신같은 용병술도 화제가 됐다. 이라크와 8강전에서 강상우가 전반 막판 경고를 받아 4강에 올라도 뛸 수 없게 되자 이 감독은 곧바로 강상우를 빼고 이광훈을 투입했다. 이광훈은 후반 15분 헤딩 동점골로 보답했다. 연장후반에 마지막 교체카드로 들어간 정현철은 투입 3분 만에 동점 중거리포로 깜짝 스타 반열에 올랐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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